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비율 감축을 위해 부지 매각에 나섰지만 연이은 유찰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미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된 만큼 부채를 줄여야 하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 3기 신도시 토지 보상 등 나갈 돈만 산더미다. 올해 부채비율을 줄이겠다는 LH의 목표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게 됐다.
27일 LH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5년째 매각을 시도 중인 분당 오리사옥을 비롯해 여의도 부지, 자곡동 주차장 부지 등이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분당 오리사옥은 15년째 매각 시도 중이다. 지난해 9월 16차 매각공고를 냈지만 유찰됐다. 현재는 재매각을 비롯해 각종 방안을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다. 16차 매각 공고 당시 예정가격은 5801억2881만원이었다. 1997년 준공된 오리사옥은 대지면적 3만7997㎡, 건축 연면적 7만2011㎡에 본관(지하 2층~지상 8층)과 별관(지하 2층~지상 4층)으로 구성됐다.
LH가 보유 중이던 알짜부지 ‘여의도 부지’도 지난해 9월 매각 공고를 냈으나 유찰됐다. 올해 재매각 공고를 냈지만 그마저도 또 유찰됐다. 시장에서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면적 8264㎡, 공급 예정가격 4024억원에 달하는 부지를 사들일 개발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H가 보유 중이던 서울강남의 마지막 공공주택지구인 주차장 용지도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차장 용도 외에 전체 연면적의 30% 미만 내에서 제1, 2종 근린생활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판매시설 등으로 사용 가능하며 공급면적은 1045.1㎡, 공급예정금액은 약 144억원이다. 이 주차장 용지는 지난해 2차례 매각 공고를 냈으나 유찰됐고, 올해 다시 재공고에 나섰지만 또 유찰됐다. 현재는 선착순 수의계약 접수를 진행 중인 상태다.
LH는 연이은 자산 매각 실패에 속앓이를 하는 분위기다. 현재 LH는 3기 신도시의 토지 공급 업무를 전담하게 되면서 부채비율 상승이 예고된 상황이라서다. 지난해 반기 기준 LH의 부채는 151조2379억원이다. LH는 이미 2022년부터 재무위험 기관으로 지정됐다. 부채비율이 219.79%로 200%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공공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하지만 LH는 올해 역전세 주택 매입, PF 부실 사업장 정리를 도맡았다. LH는 올해 부채비율 목표를 217.4%로 제시했지만 달성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또한 LH에게 보상 업무가 주어졌다. 이한준 사장은 부채비율을 높이고 채권을 발행해서라도 3기 신도시 토지보상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LH 부채비율 감축은 당분간 요원하다고 보고 있다. 자산 매각은 경기 불황 탓에 더디게 진행되는 데 반해 PF 부실 정리, 3기 신도시 보상 문제 등 돈 나갈 일은 확정돼 있기 때문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러 땅과 보유자산을 팔려고 하는데 계약 조건이 좋지 않고 마냥 싸게만 팔수도 없다”면서 “현실적으로는 부채비율을 줄여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부 비용절감도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 “9700명의 LH직원의 구조조정을 비롯해 경영개선 방안을 짜내야 한다”고 했다.
이에 LH 관계자는 “국내 공공주택 공급이라는 의무를 맡은 조직을 맡은 만큼 부채 만을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면서 “자산 매각과 관련해 조건을 좀 더 완화해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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