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자회사 락앤락 잔여 지분에 대한 두번째 공개매수에 나선다. 앞서 1차 공개매수에서 목표 물량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만큼, 2차 시도는 성공적으로 끝내야 한다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PE가 상장 자회사 지분 공개매수에서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다만 어피너티가 처한 상황이 특수한 건 ‘교부금 주식교환’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 회사들은 국내 상법에 따라 자회사 지분을 66.7%만 보유해도 나머지 소수주주의 보유 주식을 강제로 사들인 뒤 자진 상장폐지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어피너티는 영국 케이맨제도의 자회사를 통해 락앤락을 지배하고 있어, 이미 지분을 85% 이상 보유하고 있음에도 교부금 주식교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2차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95%로 끌어올려야만 자진 상폐에 나서는 게 가능한 상황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는 지난 16일부터 락앤락에 대한 2차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공개매수는 다음 달 5일까지 계속된다. 매수 단가는 1차 시기와 같은 8750원이다.
어피너티의 락앤락 1차 공개매수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진행된 바 있다. 목표 물량은 지분 30.33%였으나, 그 절반인 15.8%만 청약하는 데 그쳤다. 어피너티는 추가 공개매수를 통해 14.53%를 더 확보하는 걸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PE의 상장 자회사 잔여 지분 공개매수는 최근 들어 유행하는 투자 방식이다. IB 시장에서 새 먹거리를 찾고 있는 NH투자증권이 불을 붙였다. PE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사를 완전자회사(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만들어 배당 수익을 확대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이처럼 상장 자회사 지분을 공개매수하는 PE들은 대체로 1차 시도에서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함에도, 교부금 주식교환을 통해 자진 상폐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교부금 주식교환은 2015년 개정된 상법 제360조의3 제3항 4호에 의거한다. 지배주주는 특별결의 요건에 해당하는 지분(66.7%)만 확보하면 소수 주주의 지분을 사들일 수 있으며, 교부금 액수도 단독으로 확정할 수 있다. 다만 적절한 주식 교환 비율을 감안해 금액을 정해야 한다.
그러나 어피너티의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락앤락의 공개매수 주체 ‘컨슈머어드밴티지유한회사(Consumer Advantage Limited)’는 영국 케이맨제도법에 따라 2014년 설립된 면세 법인이다. 한국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 상법의 적용을 못 받는 것이다. 국제사법에 따라 회사의 속인법은 그 설립 준거법이 돼야 한다. 한국 상법은 당연히 한국 상법에 따라 설립된 회사에만 적용된다.
그렇다고 해서 컨슈머어드밴티지유한회사가 영국 회사법에 의거해 소수주주를 축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국 회사법은 지배주주가 공개매수를 통해 청약 대상 주식의 90% 이상을 취득하면 잔여 지분을 강제적으로 매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컨슈머어드밴티지유한회사의 경우 공개매수 대상 회사(락앤락)가 한국 상장사이기 때문에 이 조항을 적용받지도 못한다.
상법 전문 변호사는 “어피너티가 교부금 주식교환 방식을 사용하려면, 한국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서 컨슈머어드밴티지유한회사가 들고 있는 주식을 현물출자하는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는 상법에 명시된 조항이 아니라 법 해석의 문제다.
어피너티가 이 같은 복잡한 절차를 피하려면, 결국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규정에 따라 지분 95%를 온전히 확보한 뒤 깔끔하게 자진상폐를 신청하는 게 최선이다. 어피너티가 “올해 락앤락은 배당을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낸 의도도 이와 관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배당은 없으니 공개매수에 응하라며 소액주주들을 향해 사실상 반 협박식 설득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어피너티 측이 보유 중인 락앤락 지분은 전체의 85.45%다. 모회사 ‘컨슈머스트렝스유한회사(Consumer Strength Limited·몰타 법인)가 69.64%를, 그 모회사이자 이번 공개매수의 주체인 컨슈머어드밴티지유한회사가 15.8%를 들고 있다.
이와 달리, 최근 상장 자회사 잔여 지분을 공개매수했던 다른 PE들은 공개매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자진 상폐가 가능했다. 한앤컴퍼니는 ‘한앤코시멘트홀딩스유한회사’를 거쳐 쌍용씨앤이 잔여 지분을 공개매수해 지난 24일 이사회에서 교부금 주식교환 건을 승인했다. MBK파트너스는 ‘한국이커머스홀딩스’를 통해 커넥트웨이브 잔여 지분을 공개매수 중인데, 최근 1차 시도에서 목표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소수 주주 축출을 통한 자진 상폐 신청 조건을 이미 갖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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