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人사이드-90년대생이 왔다]정해민 알토스벤처스 심사역
사회 큰 반향을 일으킨 책 ’90년대생이 온다’가 출간된 지 3년이 지났다. 책 속 주인공인 90년대생은 이제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벤처캐피탈(VC)에 종사하는 90년대생 주니어들도 마찬가지다. 2020년대 초반 불확실성 시대 풍파를 견디면서 더욱 단단해졌다. 향후 20년 국내 VC 시장을 이끌 주니어들의 벤처투자 철학과 그들이 그리는 미래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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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문제 해결에 푹 빠진 고슴도치 대표님을 찾고 싶습니다.”
서울 용산구 알토스벤처스 본사에서 만난 정해민 심사역은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싶다는 뜻이다.
정 심사역은 2017년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맥킨지앤드컴퍼니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중공업, 건설, 호텔, 전자기기 등 다양한 업종을 대상으로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정 심사역은 “3~4년차가 되면서 사업이라는 게 단순히 돈만 버는 문제가 아니라 결국 뒤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며 “‘내가 누군가랑 만났을 때 어떤 일을 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 속을 맴돌면서 창업과 VC 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를 뛰쳐나와 정 심사역이 향한 곳은 알토스벤처스(이하 알토스)다. 2021년 창업을 고려하던 중 알토스 인턴 채용에 지원, 6개월 동안 탁월한 성과를 보여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알토스가 정규직을 제안한 건 정 심사역이 처음이다.
알토스벤처스 관계자는 정 심사역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창업자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 문제를 고민하며 발전해 나간다”며 “자기 중심적이거나 이기적인 태도 없이 팀을 우선시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성·기술력 만큼이나 중요한 건 ‘케미’…”스타트업은 유기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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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심사역이 알토스에서 일하며 내린 결론은 ‘벤처·스타트업은 유기체’라는 점이다. 정 심사역은 “맥킨지에 있을 때는 기업의 비즈니스 자체를 평가하고, 전략적 방향성을 고민하는데 집중했다면 알토스에서는 달랐다”며 “기업이 비즈니스를 잘 해내기 위해 필요한 자금 조달, 인재 영입, 내부 소통까지도 더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순히 투자 대상 벤처·스타트업이 겨냥하고 있는 시장의 성장성이나 기술력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는가에 집중한다.
정 심사역은 “특히, 대표가 어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성장해나가는지를 유심히 지켜본다”며 “그 과정에서 ‘함께 하고 싶다’라는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투자를 진행한 곳이 소프트웨어(SW) 중심 풀필먼트 기업
테크타카다.
2020년 5월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테크타카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풀필먼트 SW에 집중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공급만으로는 풀필먼트의 실질적인 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직접 풀필먼트 서비스를 공급하기로 하고 제3자 물류 제공(3PL) 풀필먼트 ‘아르고’를 선보였다. 주로 대형 e커머스 플랫폼 외 추가 판매 채널을 원하는 셀러들을 공략해 성장했다.
정 심사역은 “올해 2월 126억원 단독 투자를 결정하기 전부터 테크타카의 문제 해결 과정을 계속해서 공유 받았다”며 “그 과정에서 회사가 내부 조직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조직하고, 성장하는지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2년 테크타카는 ‘네이버 풀필먼트 플랫폼 NFA’에 합류했으며, 지난해 7월 네이버 도착보장 프로그램을 개설해 현재까지 99.9% 이상의 당일 출고율을 보이고 있다.
“썸 좀 탑시다” 네 번째만에 투자 검토…’방향키’ 쥔 기업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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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심사역은 투자 때가 아니더라도 보다 많은 벤처·스타트업들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 심사역은 “투자를 ‘결혼’이라고 한다면 투자하기 전까지 ‘썸’을 타는 기간이 필요하다”며 “오랜 기간 소통하며 솔직한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 회사를 더욱 매력적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정 심사역이 알토스 팀과 함께 테크타카 양수영 대표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이다.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소통했고, 네 번째 만남에서 본격적인 투자를 검토했다. 최근 투자한 중고의류 플랫폼 차란도 마찬가지다.
정 심사역은 “투자사와의 소통을 어려워 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며 “현재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 정도로 생각하고 편하게 소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심사역은 2021년 벤처투자 혹한기를 돌아보며 기업의 규모 만큼이나 내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정 심사역은 “투자 혹한기가 찾아오기 1년 전부터 미국 본사에서 벤처투자 시장이 어렵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고, 포트폴리오사에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며 “실제 매주 조사하는 투자유치 기업 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걸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알토스 포트폴리오사이기도 하지만
당근마켓 같은 경우 미리 잘 준비해서 매출이 크게 늘고, 흑자전환까지 했다”며 “내실 있게 전략을 잘 잡고, 실행까지 잘 했다”고 덧붙였다.
정 심사역은 “알토스에서 좋은 임직원들과 원팀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팀들과 많이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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