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시멘트 선진국인 유럽은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산업으로 꼽히는 시멘트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산업에서 발생하는 순환자원을 시멘트 생산 재료로 재활용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설비 관리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도 한다. 온실가스 저감 이슈는 비단 유럽뿐 아니라 한국 시멘트산업의 당면 과제로 직면했다. 유럽의 시멘트 현장을 찾아 선진 기술을 살펴보고 국내 시멘트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본다.
“130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적은 탄소를 배출하면서도 가장 높은 질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베어트홀트 크렌(Berthold Kren) 홀심(HOLCIM)社 오스트리아 CEO)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2시 오스트리아 비엔나 인근에 위치한 홀심의 매너스도프(MANNERS DORF) 시멘트 공장. 세계 최대 시멘트기업 홀심사가 운영 중인 이 공장은 130년 전인 1894년부터 시멘트를 생산해왔다. 현재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 시멘트를 수출하고 있다.
베어트홀트 크렌 CEO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은 나라인 오스트리아에서 시멘트를 생산하는 회사들 중 홀심 매너스도프 공장이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대체원료와 대체연료라는 두가지 순환자원 재활용 부문 모두 사용률이 높은 회사”라고 강조했다.
홀심의 매너스도프공장은 연간 130만톤(t)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은 지난해 시멘트 1톤당 온실가스(이산화탄소, CO₂) 배출량이 495kg으로 세계(평균 611kg)에서 가장 낮았다. 온실가스 세계 최저 배출 국가인 오스트리아 평균치인 534kg보다 낮은 데다, 순환자원 연료 재활용율 100%에 달하는 시멘트 공장을 보유한 독일(평균 565kg)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비결은 유럽 시멘트업계 대부분이 채택한 대체연료 비중(순환자원 재활용율) 확대다. 기존에 유연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오스트리아는 석회석을 고온으로 가열해 클링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저탄소 시멘트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날 찾은 매너스도프 시멘트 공장에서는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 폐합성수지를 화석연료 대신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한 대에 폐합성수지 25t을 적재할 수 있는 트럭이 오갔다. 이 공장에선 하루에 300t에서 400t 규모의 폐합성수지가 가연성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또 대체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건축 폐자재물인 폐콘크리트를 분쇄하는 공정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베언하트 쾩(Bernhard Kock) 홀심 매너스도프 공장 품질 및 환경담당자는 “우리 공장에서는 화석연료를 최대 90%까지 대체할 수 있는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 폐합성수지를 사용하고 있다”며 “석회석 이외의 폐콘크리트 등 대체 원료를 사용하는 비율도 2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 매너스도프 공장 한 곳에서만 순환자원 재활용을 통해 연간 7만t의 CO₂를 저감하고 있다. 이는 해마다 4만대의 자동차를 운행하지 않은 것과 동일한 수준의 CO₂ 감축 효과다. 오스트리아의 다른 모든 공장을 포함하면 해마다 총 12만대의 자동차 운행을 줄인 것과 같다.
홀심은 탈탄소화의 핵심전략으로 순환경제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매너스도프 공장에 순환자원 재활용 센터를 건립해 대량의 가연성 순환자원을 대체 연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폐콘크리트, 슬래그 등을 대체 원료로 사용하고, 태양광발전 등을 도입해 오는 2025년 친환경 에너지 확보율 2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매너스도프공장의 탄소중립 로드맵을 살펴보면 올해 순환자원 재활용센터 건립과 2.2메가와트(MW)급 태양광발전 1단계 사업을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내년에는 15MW급 2단계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도입에 나선다. 2026년 이후에는 클링커 함량을 66%에서 60%로 낮춘 저탄소 시멘트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홀심은 매너스도프공장에 온실가스 감축의 최종적인 수단으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의 전 단계인 탄소 포집·활용(CCU: Carbon Capture, Utilization) 설비를 도입한다. 시멘트 플랜트에서 포집한 CO₂를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변환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 3억5000만유로(약 52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2억유로(약 3000억원)는 오스트리아 정부의 지원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후베어트 그레흐(Hubert Grech) 오스트리아 기후환경에너지부 자원재활용 파트장은 “오스트리아에서는 폐플라스틱 등 폐합성수지를 연료로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멘트 산업에서 폐합성수지를 재사용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며 “오스트리아에서는 법적으로 이같은 폐합성수지를 소각하는 것과 다양한 산업에서 나오는 2차적 물질을 소각하는 것에 관해서는 엄격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베어트 그레흐 파트장은 “탄소 배출 산업의 탈탄소 전환 정책으로 오스트리아 정부에서는 시멘트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총 30억 유로의 연구비를 책정했다”며 “홀심을 비롯한 여러 회사들이 이 연구비를 수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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