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오르면서 고령층과 전세보증금 자산 비중이 큰 30대 전세거주자들이 소비위축 등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앞으로 물가가 안정됨에 따라 가계의 소비가 물가로 인해 위축되는 효과도 점차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7일 한국은행은 ‘고물가와 소비:가계의 소비바스켓과 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인 영향을 중심으로’ 라는 주제의 핵심이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최근까지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총 12.8%(연율 3.8%)로 2010년대 평균(연평균 1.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특 21-22년중에는 글로벌 공급충격과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수요압력이 중첩되면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됐다.
물가상승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축소시키는 경로와 자산·부채의 실질가치를 하락시키는 경로를 통해 민간소비에 영향을 주며, 영향의 정도는 가계의 소비품목 구성(소비바스켓)과 재무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한은은 물가상승으로 부채부담이 줄어든 가계의 소비개선보다 자산가치가 훼손된 가계의 소비위축이 더욱 컸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계의 소비품목 구성(소비바스켓)을 고려한 실효 물가상승률은 식료품 등 필수재 비중이 큰 고령층(20-23년중 16%) 및 저소득층(15.5%)에서 여타 가계(청장년층 14.3%, 고소득층 14.2%)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20~2023년 중 고령층(60대 이상)이 체감한 누적 물가상승률은 여타 연령층을 약 2%p 정도 상회했는데, 이는 이들의 소비바스켓에 그간 물가가 크게 상승한 음식료품과 에너지 등 필수품목의 비중이 현저히 높은 데 주로 기인했다.
다만 기초연금 인상 등으로 고령층·저소득층의 공적이전소득이 증가하면서 높은 실효물가가 소비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이 일부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30대 이하 연령층 내에서는 소득 수준에 따른 실효물가 상승률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는 여타 계층에서 소득이 늘수록 교육 및 보건 등의 비중이 커지는 데 반해, 30대 이하에서는 전반적으로 음식료품 물가의 파급영향이 큰 음식서비스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가계 금융자산(및 부채)의 실질가치 하락 효과를 살펴보면, 고연령층(금융자산)과 전세로 거주하는 30대(전세보증금)에서 부정적 영향이 컸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등을 보유한 가계는 물가상승에 따라 부채의 실질가치가 줄었다는 점에서 이득을 보았다고 할 수 있지만 고물가에 대응한 금리인상으로 이자비용이 늘어 그 효과가 상당부분 상쇄됐다는 분석이다.
가계별 자산·부채에 따른 고물가 및 고금리의 영향을 살펴보면, 많은 가계에서 금리상승이 물가상승의 영향을 상쇄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즉, 물가상승의 부정적 영향이 컸던 가계(금융자산 多)는 금리상승으로 이자소득이 증가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완화됐으며, 반대로 물가상승에 따라 수혜를 입은 가계(금융부채 多)는 금리상승으로 이자비용이 늘면서 물가상승의 이득이 상쇄됐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가계에서는 고물가·고금리 효과의 상호 완충작용이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이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 자산(물가 손해)과 변동금리부 금융부채(금리 손해)를 동시에 보유한 가계는 고물가·고금리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았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앞으로 물가가 안정됨에 따라 가계의 소비가 물가로 인해 위축되는 효과도 점차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다만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킬 뿐 아니라 취약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부정적인 재분배 효과도 있는 만큼, 물가상승 모멘텀이 재반등하는 경우에 유의하며 적절한 정책대응을 지속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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