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호우·태풍 영향 확대 관측…농산물 가격 폭등 우려
농산물값 상승률 20% 이상 지속…소비자물가 상승 주요인
정부, 여름철 배추·무 닭고기 등 주요 농산물 수급 안정에 만전
올해에도 폭우·폭염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소비자물가가 다시 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록적 폭우 등 기후이상에 따른 과일 등 농산물 가격 급등세가 올해에도 재현되면 전체 물가도 덩달아 상승할 수 있어서다. 이는 정부의 2%대 안착 목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27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올 여름 어느 때보다 많은 비와 무더위가 예상되고 있다. 기상청은 최근 발표한 ‘3개월(6~8월) 전망’에서 올 여름 우리나라가 평년보다 덥고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수량의 경우 대기 불안정 및 저기압 등으로 평년(622~790㎜)보다 비슷하거나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한 호우와 해수온 상승으로 인한 태풍 영향 확대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 이상저온 등에 따른 작황 부진(공급 부족)으로 급등세를 보인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올해에도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7월 농산물 물가는 전년대비 0.3% 증가에 그쳤지만 폭우·폭염 영향이 본격화된 같은 해 8월에는 농산물 가격이 5.4% 상승했다.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두 달 뒤인 10월(13.5%)에 10%를 넘어섰고, 올해 2월(20.9%)에는 20%를 돌파했다. 이후 지난달(20.3%)까지 3개월째 2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기후이상에 따른 농산물 물가 상승은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2.9%) 중 농산물 물가 기여도는 0.8%포인트(p)를 기록했다. 전체 물가를 0.8% 끌어 올렸다는 얘기다. 이는 공업제품(0.7%p), 석유류(0.1%p), 외식(0.4%p) 등보다도 높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개월 만에 2%대(2.9%)로 내려가면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 여름 기후이상으로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확대되면 정부의 올해 2%대 물가 안착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에서 “소비자물가는 여름철 강수량이 과거 추세 대비 100mm 증가하는 경우 단기적으로 0.09%p 상승하고, 100mm 감소하는 경우 0.08%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강우량 상승·감소 시 농산물을 포함한 신선식품가격이 뛰어 전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물가 안정 목표치(2.0%)를 크게 웃도는 고물가가 지속될 개연성이 큰 셈이다. 그러면 금리 인하 시기가 멀어지고, 고금리 기조가 지속돼 소비와 투자 등 내수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국지적 날씨 충격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농산물 수입 확대와 같이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등의 구조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기후 변화에 대응해 품종 개량 등의 기후적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여름철 기상재해에 대비해 주요 농산물 수급 안정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특히 여름철 소비가 많은 배추·무에 대해서는 노지채소 생육관리협의체를 통해 약제 지원과 기술지도에 힘쓰는 한편, 올해 7~9월 수급 불안 및 추석명절 수요에 대비해 생산량이 늘고 있는 봄배추 1만 톤과 봄무 5000톤을 비축할 계획이다.
또한 여름철 기상재해로 인한 재배지 유실 등에 대비해 신속한 생산 재개가 가능하도록 배추 예비묘 200만 주를 준비하고, 연중 가격이 가장 높은 9월 중하순 공급량 확대를 위해 6700톤 생산 규모의 여름배추 재배면적을 농협 계약재배를 통해 추가로 확보한다.
열무, 상추·풋고추, 수박, 참외, 복숭아, 사과 등 주요 농산물에 대해서도 재파종비 및 출하장려금 지원, 과수화상병 확산 방지 등의 선제적 수급 안정 방안을 추진한다.
7~8월 폭우·폭염 등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닭고기 수급 안정화를 위해서는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 입식 실적 등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종계 생산주령(64주령→제한없음) 연장, 종란 수입 등의 조치에 나선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품목별 생육관리협의체를 통해 사전 작황 관리에 힘쓰는 한편 기상재해로 인한 수급 불안에 대비해 비축 물량 등을 사전 확보하고, 재해 발생 시 생산 재개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등 여름철 농산물 수급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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