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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11시 평택항 기아차 전용 부두에서 수출을 향한 마지막 레이스가 펼쳐졌다. 항구를 가득 채운 6300대의 자동차 사이로 6대의 자동차가 일렬로 줄 지어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목적지는 평택항에 정박된 현대글로비스 선박. 이날 오후 2시 출항을 앞두고 500대의 자동차를 선박에 싣기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선박 안에는 자동차들이 서로 30~50㎝의 간격만을 남긴 채 빼곡하게 들어섰다. 작업자들은 차를 주차한 뒤 자동차 트렁크로 내려 다음 차를 싣기 위해 봉고차를 타고 이동했다.
이날 현대글로비스 선박에 실어져 평택항을 떠난 자동차들은 중국 상하이를 찍고 한국 군산·광양에 들러 수출품을 추가로 실은 뒤 미국 샌디에이고까지 약 14일 간의 항해를 하게 된다. 자동차가 떠나가기 무섭게 항구는 금세 또다른 수출용 자동차로 채워질 예정이다. 평택항에서는 이런 식으로 하루 약 2400대의 자동차가 선박에 실어져 수출길에 오른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우려가 무색하게 수출 현장엔 활력이 가득했다. 자동차 수출 과정을 역으로 거슬러 오르면 생산 공장에서부터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날 찾은 충남 아산의 현대차 공장. 프레스 공장에 들어서자 ‘챙, 챙’하는 소리가 묵직하게 울려퍼졌다. 철판이 5000톤 급 프레스 기계에서 잘리는 소리다. 입구 양 옆으로는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말린 철판 코일이 줄지어 놓여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의 원재료가 되는 철판이 코일처럼 말려있는 것”이라며 “코일 하나의 무게는 15~20톤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아산 공장에서는 이 철판이 프레스 공장과 차체 공장, 도장·의장 공장을 거쳐 쏘나타, 그랜저, 아이오닉6로 탄생한다.
웅장함에 압도된 사이 노란 무인 로봇이 천천히 다가왔다. 500톤의 압력을 가해 자른 철판 조각을 다음 공정으로 옮기는 무인 운반기다. 3만 2000㎡에 달하는 프레스 공장에서는 80여 명의 작업자가 로봇과 함께 근무해 자동화율이 90%에 달한다. 공장 통로를 따라 걸으며 고개를 들자 천장에 달린 전광판에 적힌 ‘100’이라는 숫자가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10시 19분 현재 공장 가동률이 100%라는 의미였다.
자동차 부품 공장도 쉴 틈 없이 돌아가긴 마찬가지였다. 내연기관차 부품을 생산하던 코넥은 2019년 산업부의 지원을 계기로 테슬라 전동화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같은해 테슬라의 모델 3와 모델 Y의 좌측 기어박스 제조를 수주했고, 이후 테슬라 모델 X의 고진공 부품 제조와 사이버 트럭의 모터 인버터 사이드 케이스도 수주하며 2023년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다.
전자 제어 장치(ECU)를 생산하는 현대모비스 공장도 분주했다. 진천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공장은 차량 사고 시 에어백이 작동되도록 하는 ECU, 자율주행과 차량 전후방 안전거리 확보를 위한 레이더 등을 생산한다. 높은 자동화율 덕분에 기판 한 개에 1500~2000개에 달하는 부품을 집어 안착시키는 공정이 이곳에서 순식간에 이뤄지고 있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차량 내부에 장착되는 신규 제품들이 늘고 차량 한 대 당 옵션품이 늘어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지난해 매출 실적은 5조 원이었는데 올해는 1조 원 정도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현대차 아산 공장을 찾아 “산업부는 올해 자동차 수출 984억 달러를 목표로 설정했으나 수출이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목표를 1000억 달러로 상향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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