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글로벌 국가들이 가상화폐 업계에 대한 규제와 지원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글로벌 주요 국가의 가상자산 정책 현황 및 시사점’을 담은 리포트를 발간했다고 27일 밝혔다. 보고서에서는 유럽연합(EU)의 MiCA(가상자산 규제 기본법안) 규정을 비롯해 싱가포르, 영국, 스위스의 사례를 다뤘다.
코빗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EU의 MiCA는 지난 2023년 6월 발효된 가상자산 관련 최초의 관할권 간 규제 및 감독 프레임워크로 글로벌 가상자산 규제 확립의 중요한 이정표다. MiCA는 유틸리티 토큰과 화폐형 토큰에 대해 발행 및 서비스 제공 시 그에 맞는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MiCA 규정은 △가상자산 발행 △시장 남용 방지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이라는 3개의 중심 축으로 돼있다. 유틸리티 토큰과 스테이블코인에 속하지 않는 화폐형 토큰의 경우 발행과 시장 남용 방지 측면에서 MiCA의 기본적인 규정을 적용받는다.
화폐형 토큰 중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측면에서 더욱 까다로운 거버넌스, 건전성 요건 등을 포함한 MiCA의 추가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게 코빗 리서치센터 측 설명이다. 이와 반면에 투자 토큰은 MiCA가 아닌 2018년부터 시행 중인 EU의 금융상품시장지침(MiFiD II)에 따라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가상자산에 대해 실용과 안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맞춤형 접근방식을 택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화감독청(MAS) 주도로 가상자산 업계를 위한 규제 샌드박스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MAS의 핀테크 규제 샌드박스 가이드라인에서는 재무 건전성을 비롯해 자금 지급 능력, 현금 잔고, 최소 유동 자산 등과 같은 재무와 운영 측면에서 규제 완화를 고려할 수 있는 법적 요건도 명시하고 있다.
다만 고객 정보 기밀 유지, 중개자에 의한 고객 자금·자산 취급, 자금세탁방지와 테러 자금 조달 방지와 같은 안전한 거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을 제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영국은 지난 2018년 11월 블록체인 분야 혁신 지원 부서를 설립한 영국 금융감독청(FCA)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업계를 위한 여러 가지 이니셔티브를 진행 중이다.
영국에서는 기업이 당국의 감독 하에 실제 환경에서 제품 및 서비스의 상업적 실행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샌드박스를 통해 기업은 디지털 테스트 환경에서 새로운 제품과 솔루션을 개발·협업할 수 있다. 디지털 샌드박스는 약 60%의 파일럿 기업이 자금·파트너십 유치, 제품 출시, 업계 보상·표창을 받는 등의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영구적으로 도입됐다.
여기에 추가로 영국은 기업과 금융 규제기관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글로벌 금융 혁신 네트워크(GFIN)를 비롯해 시장 참여자들이 모여 아이디어 개발을 위한 협력의 장이 되는 테크스프린트(Techsprint)도 운영하면서 가상자산 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영국의 가상자산 규제에서 주목할 부분은 기존 금융 서비스 규제 체계에 가상자산을 통합하는 ‘금융 서비스 및 시장법 2023’(FSMA 2023) 도입했다는 점이다. 이에 가상자산을 홍보할 때는 기존 금융 프로모션과 관련된 규제 범위에 포함돼 FCA의 승인을 받았거나 또는 FCA가 승인 권한을 부여한 법인이나 기관 등으로부터 승인을 받았거나, 면제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홍보 활동이 금지된다.
리포트에서는 스위스가 언급된 국가들 중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가장 개방적인 정책을 채택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스위스에서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결제가 규제 대상 활동에 속하지 않으며, 이와 관련된 별도의 보고 요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은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가상자산은 거래의 매개체이자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스위스 금융서비스법에서 정의하는 금융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스위스는 2016년부터 핀테크 기업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세 가지 주요 규제 완화 조치를 실행 중이다. 특정 조건 하에서 은행 라이선스 없이도 기업이 최대 100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15억 원)까지 공개적으로 예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비롯해 결제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자금은 은행 인가를 받지 않아도 되며 최대 1억 스위스프랑(한화 약 1500억 원)까지의 비투자성 예금을 허용하는 간소화된 핀테크 라이선스가 이에 해당한다.
다만 주요 국가들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에서도 공백이나 한계점이 드러났다. MiCA는 기존 금융 규제의 축소 버전으로서 디파이나 다오 같은 영역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은 스테이블코인 등 일부 영역에서 관련 규제가 없다. 스위스는 DLT(분산원장기술)-증권과 관련해 금융시장인프라법에서는 DLT-거래소에 대한 구체적인 규칙을 제공하고 있으나, 금융시장감독청은 아직 DLT-거래소를 승인하지 않고 있어서 규제 당국 간 입장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김민승·최윤영 코빗 공동 리서치센터장은 “분석한 국가들은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 유연성과 가상자산 업계 지원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해당 국가들이 정책 공백을 보완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접근법이 대한민국 시장에 적절한가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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