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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했던 서울 구축 아파트 인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매매가격이 오르며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시공사·조합 간 공사비 갈등에 재건축 사업이 중단되고 조합원 분담금도 치솟자 덩달아 외면받았던 연초 분위기와 다른 모습이다. 서울 집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허가·착공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 가능성이 대두되자 수년 내 재건축할 수 있는 구축 단지의 투자 가치를 눈 여겨 본 수요자가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23일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준공 후 20년 초과 아파트 지수는 93.1로 전월 대비 0.07포인트 상승했다. 지어진 지 20년 넘은 서울 구축 단지 지수는 지난해 12월 0.16포인트 하락한 후 올해 3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했다. 매매지수가 상승세로 전환된 것은 구축 아파트 매매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음을 뜻한다.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매매가가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도심권(종로·용산·중구) 지수는 지난달 96.2로 전월 대비 0.22포인트 상승했고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99.9·0.18포인트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구) 91.4·0.12포인트 ↑ △서남권(강서·양천·영등포·구로·금천·동작·관악구) 93.6·0.09포인트 ↑도 올랐다. 동북권(강북·도봉·노원·성북·중랑·동대문·성동·광진구) 지수는 88.7로, 유일하게 0.04포인트 하락했지만 전월보다 하락폭(-0.13포인트)을 줄였다.
구축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 흐름을 보이자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달 서울서 기록된 아파트 신고가 거래 101건 중 41건이 준공 후 20년이 넘는 아파트에서 나왔다. 2000년 준공된 양천구 목동 ‘부영그린타운 2차’ 144㎡형은 지난 1일 17억5000만원에 팔렸다. 이전 신고가 대비 2억2800만원 오른 가격에 매매 거래됐다. 1996년 지어진 강남구 삼성동 ‘석탑아파트’의 전용 84㎡형은 지난 3일 17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종전 신고가(15억7500만원) 보다 1억7500만원 높은 가격에 손바뀜됐다.
구축 단지 수요 증가 배경으로는 부동산 불황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란 의견이 나온다. 재건축 사업이 준공 후 30년이 지난 뒤부터 가능하다는 점에서 구축 단지들의 재건축 연한이 얼마 남지 않았고, 단지들의 가격도 다소 하락해 매수 적기로 판단한 이들이 최근 늘었다는 것이다. 노원구 한 공인중개사는 “연초만 해도 시세보다 낮은 금액에 거래된 구축 아파트가 많았다”며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 흐름을 보이자 재건축을 기대한 매수 문의도 늘어 호가도 다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향후 서울 아파트 공급 절벽 심화를 우려한 정부·서울시가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 등을 위한 지원에 나선 점도 수요를 끌어올린 이유로 분석된다. 일례로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동작구 흑석 재정비촉진지구를 방문해 충분한 주택 공급을 위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재건축 사업지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공사비 인상·분담금 증가 등 시장 요인 때문이라는 점에서 구축 단지 인기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정부와 서울시의 의지가 강하더라도 사업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는 한 공급 우려를 해소할 정도의 원활한 사업 진행은 힘들 것”이라며 “이에 용적률이 낮고 입지가 좋은 몇몇 단지를 제외하곤 수요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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