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핀테크 앱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의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하나증권에서 150억 원 규모로 판매됐다.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이 비바리퍼블리카가 2017년 발행한 전환우선주를 주당 3만5000원에 사들여 만든 펀드다. 현재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비바리퍼블리카가 주당 4만 원대에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자산가들은 판단한 것이다. 이들은 비바리퍼블리카의 상장을 기대하며 최소 가입액인 3억 원 이상씩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기준 장외 시장 거래가를 기반으로 한 비바리퍼블리카의 시가총액 추정치는 8조 원 안팎이다. 그러나 올해 1월 상장 주관사로 선정된 증권사(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들은 이 회사 기업 가치를 최고 20조 원으로 산정했다.
한 증권사 자산관리센터의 PB(자산관리사)는 “몸값 고평가 논란이 있긴 하지만, 잠룡인 토스가 본격적으로 상장을 추진한다는 기대감에 자산가들이 요즘 부쩍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만 해도 대형 유니콘(장외 시장에서 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을 인정받은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는 좋지 않았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유니콘조차 생존을 확신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상장 주관사들이 제안한 비바리퍼블리카의 목표 시가총액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유니콘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상장 기업 주식은 최근 몇 년간 큰손 개인들이 증권사나 은행의 전용 자산관리센터를 통해 조용히 투자한 상품 중 하나다. 성장 잠재력이 큰 비상장사는 상장 전 주식을 미리 싸게 사두려는 수요가 많다. 비상장사 주식은 보통 기업공개(IPO) 전후 매각,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자산관리센터인 클럽원에선 크래프톤 , 에이피알 등이 IPO로 여러 배의 수익을 안긴 대표적 투자 성공 사례로 꼽힌다. 초고액 자산가를 관리하는 증권사와 PB들 사이에선 시중에 잘 풀리지 않는 유망 비상장사의 구주나 신주를 끌어오기 위해 물밑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도 자산가들이 사모펀드 등을 통해 대거 사들인 비상장주다. 유안타증권·유진투자증권 등에서 두나무 비상장주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큰 규모로 팔렸다. 시장 기대와 달리 두나무 상장은 진척이 없었는데, 최근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고 가상자산 거래량이 늘면서 다시 상장 기대감이 샘솟고 있다. 두나무 비상장주의 주당 가치는 지난해 11월 7만 원대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11만 원대로 반등했다.
유니콘을 비롯한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살아나자 블라인드 펀드도 나오자마자 팔려나간다.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투자금부터 모집한 후 투자를 집행하는 펀드다. 투자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디에 투자하는지 모르는 채로 자금을 넣는다.
삼성증권이 지난달 초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모집한 300억 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도 완판됐다. 이 펀드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만든 ‘타임폴리오 코스닥벤처 The Wise 대체투자 3호 일반사모투자신탁’ 펀드로, 비상장 기업 10~15개에 투자한다. 펀드 결성 완료 후 투자 집행이 마무리될 때까지 보통 1년~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기업마다 매입 시기를 달리해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려는 의도에서다. 펀드 내 한 기업의 투자 비중은 10%를 넘지 않는다. 삼성증권의 금융 자산 30억 원 이상 고액 자산가가 모인 SNI를 중심으로 최소 3억 원씩 자금을 넣어 금세 목표액을 채웠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관계자는 “주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나 테크 분야의 비상장 기업 중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이 증명된 기업을 선별해 투자한다”고 했다.
다만 비상장 기업은 인기 있는 유니콘도 상장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단기간 내 이익 실현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번 발이 묶이면 상당히 오랜 기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투자금 회수 시점이 계속 늦어지는 상황에서 기업 실적 등에 따라 가격 변동이 커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코스닥 기업 파두의 부실 상장 논란 이후 상장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거래소의 심사가 깐깐해져 모든 기업의 상장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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