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 여파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기업과 자영업자가 늘며 부실채권(NPL·3개월 이상 연체한 대출채권)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금융사로부터 NPL을 싸게 사들여 구조조정을 한 뒤 매입가보다 비싸게 매각하는 NPL 투자 전문회사들의 수익은 늘어나는 추세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산하 NPL 투자 전문회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힘 싣기에 나서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우리금융F&I의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은 313억원, 3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배가량 늘었다.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순이익은 164억원, 14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익의 절반 수준을 달성했다. 하나금융지주가 99.86%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하나F&I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하나F&I의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은 1957억원, 50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5.8%, 65.5% 증가했다. 하나금융도 지난해 하나F&I에 1496억원을 출자해 자본 확충을 했다.
우리금융F&I는 2022년 1월 설립된 NPL 투자 전문회사로, 우리금융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우리금융F&I 설립 당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NPL 시장 규모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는데, 이 전망은 맞아떨어졌다. 은행권은 물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저축은행 등에서도 NPL이 쏟아지며 시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의 NPL 규모는 43조7000억원으로 전년(28조1000억원) 대비 55% 급증했다.
업무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개인 무담보 NPL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만 매입할 수 있었는데,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신속한 NPL 정리를 위해 민간 투자사들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금융F&I는 지난해 11월 1200억원 규모의 저축은행 개인 무담보 NPL 매각 입찰에 단독 참여해 계약을 따냈다. 우리금융F&I는 또 추가로 1500억원 규모의 저축은행 개인 무담보 NPL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이달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우리금융은 우리금융F&I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1200억원 규모의 우리금융F&I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커지고 있는 NPL 시장 규모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자본 확충이다”라며 “비은행부문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행보이기도 하다”고 했다.
올해 1분기 기준 NPL 인수 규모는 8개 은행이 출자해 만든 유암코(점유율 39.3%)가 1위이며, 하나F&I(24.2%), 대신F&I(17.8%), 우리금융F&I(12.1%)가 뒤를 잇고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NPL 시장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NPL 투자 전문회사가 비이자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일부 금융지주 중에도 NPL 투자 전문회사에 관심을 두는 곳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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