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요양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본업인 보험상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실버세대를 공략, 새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보험사들이 요양업 확대를 성장 정체 돌파구로 삼으면서 향후 경쟁 구도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현재 요양사업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고려하는 보험사로 ▲KB라이프생명 ▲신한라이프 ▲삼성생명 ▲NH농협생명 ▲DB손해보험 등이 꼽힌다. 국내 시니어케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산업도 커지는 추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요양 시장은 2018년 8조원에서 2022년 14조5000억원로 확대됐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올해 1000만명을 넘어선 뒤 2045년 전체 인구 중 40%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요양업에 대한 수요는 지속 늘어날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고령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나간다는 구상이다. 늘어나는 수요 대비 요양시설 공급이 부족한 만큼 수도권 지역의 시장성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업계 선두주자는 KB라이프생명이다. 지난해 10월 KB골든라이프케어를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현재 요양시설(위례·서초빌리지) 2곳과 노인복지주택(평창카운티) 1곳을 운영 중이다.
위례·서초빌리지는 노인장기요양 시설등급 판정을 받은 노인에 한해 입소신청을 받고 있다. 수용 가능한 정원은 ▲위례빌리지 127명 ▲서초빌리지 80명 수준이지만, 두 곳의 입소대기자 합산 규모는 5000여명에 이른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2025년까지 ▲강동빌리지 ▲은평빌리지 ▲광교빌리지 3곳을 추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평창카운티’는 지하 2층~지상 5층, 총 164세대로 조성된 노인복지주택이다. 각종 커뮤니티 시설을 비롯해 24시간 응급대응서비스, 식사, 컨시어지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평창카운티는 지난해 12월 분양을 시작한 이후 빠르게 입주율을 채우고 있다. 지난 3월 10% 수준이던 예정 입주율은 현재 30%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실버타운 입주율이 80%대에 이르기까지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양호한 속도라는 평가다.
후발주자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통해 헬스케어 자회사 신한큐브온에 400억원 출자했다. 올해 초 신한큐브온 사명을 신한라이프케어로 변경. 시니어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로 출범시켰다.
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은 경기도 하남 미사 부지 매입에 사용됐다. 내년 60~70명 수용 가능한 노인요양시설 오픈을 목표로 한다. 1~2인실 위주 도심형 프리미엄 시설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시 은평구에 시니어 주거복합시설 부지도 확보한 상태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상에 필요한 생활 지원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실버타운을 조성해 노인주거복지시설의 새로운 스탠다드를 정립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두 시설 모두 현재까지 착공에 들어가지는 않은 상태다.
삼성생명, NH농협생명, DB손해보험도 요양시장 진출 카드를 만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기획실 산하 요양산업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 이후 꾸준히 관련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을 통해 경기 용인에 실버타운 ‘삼성노블카운티’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업계 내부적으로도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신규 요양시설 설립을 비롯해 시니어 관련 서비스 출시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NH농협생명도 요양산업 진출을 위해 경영기획부 내 신사업추진단과 신사업추진파트를 신설한 상태다. 손해보험사에서는 DB손해보험이 우선적으로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요양시설 설립을 위해 수도권 부지를 물색 중이라는 전언이다.
협회 차원 지원도 확대될 전망이다. 생명보험협회는 초고령화, 베이비부머 노인세대 진입, 1인 가구 증가 등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헬스케어·요양·실버주택 등 다양한 수요 증가에 따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토탈라이프케어 서비스 제공을 위해 헬스케어, 실버주택, 요양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다각적 사업모델 발굴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사업 시행시 높은 초기 비용과 각종 규제는 걸림돌이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상 10인 이상 요양시설 사업자는 토지와 건물을 직접 매입해 소유권을 확보해야 해서다. 관련 인허가까지 최소 3년 이상, 수도권 등 부지 매입에는 수백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토지 임대허가 등을 통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임대를 통한 사업이 허용되지 않아 진출 부담이 상당한 편”이라며 “실제로 KB라이프생명이 운영 중인 요양시설 2곳과 실버타운 1곳을 구축하는데에만 600억원이 넘게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들이 요양업을 접근하는 이유가 수익성보다는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인 만큼 관련 규제를 완화해 진출을 독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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