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1시 서울 뚝섬한강공원.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행사장 입구에서 ‘SEOUL MY SOUL’을 울타리 삼아 대형 해치와 소울 프렌즈가 시민들을 맞았다. 해치웰컴가든에서 ‘인증샷’을 남긴 사람들은 1만460㎡ 부지에 마련된 도심 속 정원으로 여행을 떠났다. 총 76개의 테마 정원에서 인생샷을 건졌고, 느긋하게 걷다가 만난 ‘책 읽는 한강공원’에선 잠도 청했다. 기타 연주가 흘러나오는 정원에서 고개를 돌리면 잔잔한 물결의 한강이 보였다. 도심 속에 펼쳐진 거대한 정원은 놀이터이자 쉼터였고, 치유이자 축제였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16일 개막한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 누적 관람객 수가 전날 기준 158만 명을 넘어섰다. 작년 같은 기간 뚝섬 방문객 수(27만4185명)보다 4.7배 많았다. ‘서울, 그린 바이브(Seoul, Green Vibe, 서울에서의 정원의 삶)’를 주제로 열린 이번 박람회는 개막 닷새 만에 100만 명 넘게 다녀가면서 2015년 서울정원박람회가 처음 열린 이래 최단기간 가장 많은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본전시 기간 첫 주말엔 이틀간 50만 명이 정원박람회를 찾았다.
소셜미디어에도 호평이 쏟아졌다. “사람들이 예뻐하고 사진을 남기는 모습에 그게 또 감동. 이게 복지지. 아이디어 많이 얻었다”, “규모도 역대급이었다. 그리고 감성 난리나는 한강뷰까지”, “여러 조형물과 알록달록한 조명으로 인생샷 잔뜩 건졌답니다. 낮은 물론 밤에 볼거리가 많은 가볼 만한 곳이었어요” 등의 후기가 올라왔다.
23일엔 정원도시 서울 토크콘서트도 열렸다. 배우이자 서울시 홍보대사인 박진희 사회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유현준 홍익대학교 도시건축대학 교수, 박원순 국립세종수목원 전시원실장이 패널로 참여해 도심 속 정원의 효용과 정원도시의 미래에 관한 생각을 나눴다.
유 교수는 “도시 안에 쉴 수 있는 정원이 있다는 건 우리가 공동으로 쓸 수 있는 마당이 생긴 거니까 함께 자연을 즐길 수 있어 좋고, 공통의 추억이 생기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는 거라 더 좋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사회는 자연의 가치가 점점 비싸져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자연을 즐기게 된다”면서 “도심 속 정원이 제공되면 소득과 상관 없이 공통의 추억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정말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패널들의 의견에 공감하면서 정원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발표한 배경을 언급했다. 그는 “멀리 나가지 않고도 시내에서 녹지를 즐길 수 있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15년 전 4개 한강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북서울꿈의 숲, 창포원 등을 조성해 녹지 100만 평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며 “근데 전부 사이즈가 컸다. 문밖으로 나와서 10분 내에 녹지 공간을 즐길 수 있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2026년까지 1년에 330개씩 만들겠다는 발표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몇 년에 한 번 가는 100만 평 짜리 설악산 국립공원이 있으면 뭐 하겠는가”라며 “만 평짜리 공원 하나보다 천평짜리 공원 10개가 더 낫다”고 서울시 정책에 동감했다.
도시정원의 방향성은 뭘까. 박 실장은 “올바른 장소에 올바른 식물을 심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특히 도시는 습지, 건조한 지역, 수변 공간 등 녹지의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서식지에 맞는 식물을 식재한다면 생물 다양성에 큰 기여를 할 것이고, 이런 녹지들이 연결돼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망을 형성하면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 탄소중립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크콘서트를 지켜보던 시민들과 문답도 이어졌다. 한 시민이 서울시만의 특색을 묻자 오 시장은 “아무 때나 슬리퍼 신고 나와도 아무 생각 없이 젖어들 수 있는 동네 정원을 많이 만들겠다”며 “스트레스가 있을 때, 뭔가 잘 안 풀릴 때 와서 여유 있게 걸으면서 도시생활을 지혜롭게 할 수 있는 서울, 서울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정원처럼 느껴지게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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