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가격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가축·과일 전염병 발생이 잇따르면서 관계 당국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자칫 식탁 물가를 자극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경남 창녕의 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해당 농장이 도축장으로 오리를 출하하기 전 경남도 동물위생시험소 정밀검사 과정에서 AI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가금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것은 지난 2월 충남 아산 오리농장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당시 2만9000여 마리를 살처분하면서 추가 확산 피해를 막았다.
돼지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21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이 확인된 탓이다. 지난 1월 경기 파주 양돈장에서 ASF가 터진 후 4개월 만이다. 현재까지 추가 발생은 보고되지 않고 있지만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과와 배 등 과수원은 식물 전염병인 과수화상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과수가 점차 검은색으로 변하면서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말라 죽는다고 해서 붙여진 병명이다. 전염성이 강하며 치료제도 없어 농가는 과원 전체를 매몰 처리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햇과일 수확 시기가 도래하면 과일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과수화상병 확산으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충주 사과 농가와 천안 배 농가에서 발생한 과수화상병은 전국으로 퍼지는 중이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3일 오후 5시 기준 경기 화성·안성·양평, 충북 충주·제천·음성·단양·괴산, 충남 천안·아산·당진, 전북 무주 등 12개 시·군의 농가 41곳에서 과수화상병이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발생 면적은 잠실 야구장 28개 크기 수준인 28.3㏊에 육박한다.
물가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크게 뛴 먹거리 물가에 추가로 불을 지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한국은행의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4월 축산물 가격은 전월 대비 1.6% 상승했다. 돼지고기가 5.3% 올랐고, 달걀은 3.4% 뛰었다.
방제를 위한 이동 중지와 검역 강화 등으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 있는 데다 조기에 잡히지 않으면 여름철 육류 소비 증가와 겹쳐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정부는 방역 강화를 통해 추가 확산을 최소화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AI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올리고 오는 31일까지 경남 오리농장 48곳과 발생 계열사 소속 오리농장 56곳을 대상으로 일제검사를 실시한다.
출입 제한 명령과 이동금지 명령도 내리고 있다. ASF의 경우 48시간,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 24시간 동안 발병 인근 지역 관련 업계 종사자는 움직일 수 없도록 법적으로 제한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각심을 가지고 사람·차량 출입 최소화, 소독 등 차단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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