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1분기 실적 급락 ‘사면초가’
사업부 재편ㆍ투자 속도조절 나서’
ESS 공장 착공 등 돌파구 모색
SK그룹이 올해부터 매달 격주 토요일에 열고 있는 전략글로벌회의 단골 주재는 배터리다. 2월 셋째 주 토요일 첫 개최 이후, 지난 주말인 25일까지 총 8번 열린 회의에서 최창원 수펙스추구위원회 의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배터리 사업 정상화를 위한 전략을 최우선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매달 평일1회에서 격주 2회 토요일로 확대한 전략글로벌회의에서 배터리가 그룹의 가장 시급한 이슈로 부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함께 배터리는 최태원 회장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라며 “배터리 사업이 살아나야 그룹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배터리용 분리막을 생산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경영권 매각을 포함한 배터리 사업부 재편 작업도 추진 중이다. 전기차 성장 부진으로 재무적 어려움에 처한 SK온을 지원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SK온의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3315억 원으로, 직전 분기(186억 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출범 이후 처음으로 투자 축소를 공식화했다. 올해 초만 해도 연간 10조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했으나, 1분기 실적이 급락함에 따라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은 “현시점에서는 당분간 대외 환경과 전방 시장의 수요 개선 가시성이 크지 않다. 투자 우선순위를 따져보고 설비투자(CAPEX) 집행 규모를 다소 낮추고자 한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157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6332억 원)와 비교하면 1년 새 75% 급감한 규모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 1889억 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다.
삼성SDI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1분기 3754억 원을 기록했던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2674억 원으로 줄었다. 엘앤에프(양극재), SK넥실리스(동박), SK아이이테크놀로지(분리막), 에코프로머티리얼즈(전구체) 등 소재 업체들도 1분기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Chasm·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전체 소비자의 16%를 차지하는 ‘얼리 어답터’의 시간이 끝나고, 일반 소비자층의 구매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됐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4%, 22.0% 성장하는 데 그쳤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45.8%, 배터리 시장의 51.0%에 크게 못 미친다. 여전히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 5년에 비해선 성장세가 크게 꺾인 모습이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신규 모델 출시를 늦추거나 생산 물량을 조절하는 식이다. 최근 미국 포드자동차는 전기차 손실이 커지자 협력사에 배터리 주문을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포드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생산 거점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배터리 셀 제조사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2027년까지 글로벌 생산 능력을 약 1150기가와트시(GWh)까지 늘릴 계획이다. 늘어난 생산 능력을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업계는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하는 등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주에 ESS용 배터리 공장을 착공했다. 삼성SDI와 SK온도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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