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낙제’ 한국타이어 ‘조현범 리스크’ 어쩌나 [2024 이사회 톺아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한국앤컴퍼니그룹의 핵심 회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최근 자동차 공조부품 세계 2위 한온시스템 경영권을 전격 인수했다.
지난 2015년 일부 지분 매입에 이은 추가 투자로 10년간 무려 2조 8000억원을 투입한 ‘초대형 딜’이었다. 한국앤컴퍼니는 “조현범 회장이 남다른 혜안으로 10년 전부터 전기차 시대를 내다 본 미래 성장 전략의 결실”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런 혜안을 갖고 있는 1972년생 오너 경영자라면 앞으로 할 일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런데 조현범닫기조현범기사 모아보기 회장은 지난 3월 한국타이어 사내이사 자리에 물러났다. 12년 만이다.
조현범 회장 스스로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회사는 밝혔지만, 100% 본인의 뜻은 아니다. 당초 한국타이어는 조현범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연장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렸다가 나중에 철회했다.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는 조현범 회장이 손해를 입혔다고 의심받는 그 기업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옳지 않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현범 회장에게 한국타이어는 각별하다. 1998년 한국타이어 차장으로 입사해 영업, 마케팅, 경영기획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치며 CEO(최고경영자)에 올랐다.
하지만 회사는 조현범 회장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작년 하반기 한국ESG기준원은 한국타이어 ESG 등급에 분야별로 B+(환경), A+(사회), D(지배구조)를 부여했다. D등급은 평가기업 가운데 최하위 25%에 해당한다. 거의 대부분 중소·중견 기업으로, 시총 100위권인 한국타이어에 결코 어울리지도, 어울려서는 안되는 성적이다.
이는 조현범 회장 사법리스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회삿돈으로 외제차를 사고, 본인이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작년 3월 구속기소 됐다가 그해 11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조현범 회장은 과도한 보수 수령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타이어에서 31억4200만원, 한국앤컴퍼니에서 30억6900만원 등 총 78억4900만원을 받았다.
문제는 조현범 회장이 그해 8개월간 구속수감으로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았다는 점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한국타이어 등에서 총수일가 보수가 특별히 높은 이유에 대한 합리적 설명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임직원 보수체계를 설계 운영하고 적정성을 평가하는 보수위원회도 없다”고 비판했다.
오너 리스크로 흔들리는 지배구조를 바로잡을 책임이 있는 한국타이어 이사회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조현범 회장 없는’ 한국타이어 이사회는 올해부터 사외이사 수를 4명에서 6명으로 늘렸다. 지난 2020년(3명)과 비교하면 사외이사는 2배 확대된 것이다. 당시 사외이사 중 1명도 한국타이어 출신으로 채웠던 것을 돌이켜보면, 선진적 구조로 변모하기 위한 노력은 미약하게나마 엿보인다.
새롭게 합류한 사외이사는 김정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두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한성권 현대차 정몽구재단 부이사장 등이다.
김정연 사외이사는 외교통상부 서기관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거쳐 이화여대 교수를 지내고 있는 여성 법률 전문가다. 주로 금융소비자와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기업법을 연구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가장 적극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사다. 또 1950~60년생 중심인 한국타이어 이사회에서 유일한 1980년생으로 가장 젊기도 하다.
한성권 사외이사는 지난 2020년 현대차에서 퇴임한 기업인으로 자동차 사업과 관련한 실질적 조언을 얻기 위해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에서 8년간 일하며 그룹 인사실장까지 올랐던 만큼, 한국타이어 조직문화 개선에도 전문성을 갖췄다.
문두철 사외이사는 감사위원장과 ESG위원장을 겸임한다. 재무회계 분야 전문가이면서 기술보증기금·한국거래소·연세대에서 ESG 관련 조직위원 등을 지낸 경력이 주목된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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