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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법은 年 1.4조 정부 지출…보험으로 대체땐 7분의 1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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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법은 年 1.4조 정부 지출…보험으로 대체땐 7분의 1로 '뚝'
지난해 10월 26일 광주 서구 영산강변 들녘에서 농민들이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수입안정보험 확대 개편에 속도를 내는 것은 28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단독 처리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곡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재정 부담은 2030년께 연간 1조 4042억 원(연간 3% 초과생산, 가격 하락률 5% 가정)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안법 개정안 통과 시 5대 채소에 대한 연간 재정 소요액이 1조 1906억 원 수준이다.

수입안정보험의 경우 재정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경연은 벼에 수입안정보험을 적용하면 2025년에 국고로 지원하는 연간 보험료 보조액이 1279억~1894억 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했다. 전국 쌀 농가의 70%가 수입안정보험에 가입하고 정부가 보험료의 50%를 지원한다고 가정한 결과다. 양곡법 개정안 통과 때보다 재정지출 규모를 7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농안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농경연은 같은 가정을 바탕으로 5대 채소(무·배추·마늘·양파·고추)에 수입안정보험을 적용할 경우 연간 2235억~2423억 원의 재정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농안법 개정안 통과 시 5대 채소에 대한 재정 소요와 비교하면 최소 5분의 1 수준이다. 김태후 농경연 연구위원은 “농안법은 생산 증가를 야기해 재정 투입액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기준가격·보전율 등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며 “반면 수입안정보험은 재정추계가 가능하고 사회적 갈등 요소도 적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입안정보험은 농가의 작물 재배 쏠림 현상을 막아줄 수 있다.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양곡법과 농안법 통과 시 농가 입장에서는 가격이 하락해도 정부가 나서 손실을 보장해주는 만큼 무분별하게 재배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양곡법은 年 1.4조 정부 지출…보험으로 대체땐 7분의 1로 '뚝'

하지만 보험 체계 아래에서는 농가도 보험료 일부를 내야만 한다. 현재 정부가 50%, 지방자치단체가 30~45%를 내고 있다. 농가는 5~20% 안팎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 무턱대고 농사를 지을 경우 보험료 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농가 부담이 클 경우 보험료 부담 비중은 정부가 조정할 수도 있다.

다만 수입안정보험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보험료 산출을 위한 농가의 정확한 수입 및 경작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료 및 보험금을 산출하려면 각 농가의 수입을 파악해야 하는데 현재 대다수 농가는 농업소득 과세특례에 따라 소득 신고를 하지 않고 있어 투명성·정확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민주당 측도 보험료 및 보험금 계산의 근간인 개인별 수입 산출을 위한 통계 기반이 미흡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한 농업정책은 시장 왜곡이 적고 재정지출 규모를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보험 중심으로 전환돼온 만큼 수입안정보험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확대 적용을 위해서는 정책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보험을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 레벨인 농가 단위에서 (농가 수입 등) 데이터를 제대로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확한 보험 설계를 해야 할 것”이라며 “농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고령층이 금융 상품을 적극 가입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농촌의 금융 문해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보험 가입 시 관련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면 해가 거듭될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체계가 잡힐 것이라는 입장이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보험 가입 시 농가 소득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 제출 등을 의무화하는 등 수입안정보험 대상 품목 확대와 더불어 제도 고도화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연내 농어업재해보험법을 농어업정책보험법으로 개정하고 수입안정보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농가가 생산을 통해 벌어들일 수입을 보험 방식으로 보장해주겠다는 것이 골자”라며 “수입안정보험의 경우 시범사업 기간이 꽤 오래된 만큼 (사업 효과를) 여러 각도에서 검증할 수 있었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24일 농업인단체와의 간담회에서도 “양곡법·농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쌀 의무 매입과 가격 안정제 유지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돼 스마트농업, 청년농 등 미래 농업과 농촌 준비를 위한 투자가 제약된다”며 “수입안정보험을 내년부터 전면 도입하고 대상 품목을 주요 농산물로 확대해나가는 등 품목별 적정 생산 기반 아래에서 농업인 소득·경영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송 장관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법·농안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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