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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 ‘에피스클리’는 최근 프랑스 공립병원 조달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유니하’(UniHA) 입찰을 따냈습니다. 유럽에서 출시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주요 국가 입찰을 싹쓸이한 것은 기념비적인 일입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유럽 시장 담당자는 23~2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신장학회(ERA) 현장 부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7월 유럽에 출시한 에피스클리는 미국 알렉시온사가 개발한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다. 발작성 야간 혈색 소뇨증(PNH)과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aHUS) 치료에 쓰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입찰의 90%를 따냈고 네덜란드에서도 국가 입찰에 성공하는 등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은 에피스클리가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킨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솔리리스의 연간 치료 비용은 4억 원에 달하지만, 에피클리스는 이보다 20% 이상 저렴하다.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크지만 희귀질환의 특성상 의약품 시장이 작고 임상 환자 모집은 어려워 그동안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려는 업체가 적었다. 현재까지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한 업체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암젠뿐이다.
특히 한 번에 많은 용량의 약물을 투여받아야 하는 aHUS 환자에게 바이오시밀러는 가뭄에 단비와 같다. 오리지널 약물을 바이오시밀러로 대체할 경우 약값을 연간 억 단위로 절감할 수 있어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이번 학회에 참석한 것도 올 3월 에피스클리의 적응증을 PNH에서 aHUS까지 확대했다는 사실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업계에서는 PNH 대비 aHUS의 유럽 시장 규모를 약 2배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ERA 홍보 부스를 찾은 현지 의료인은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견고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효능을 입증하고 있다”며 “병원에서 저렴한 에피스클리를 사용해 예산을 절감하면 그 예산으로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고 다른 환자에게 더 혁신적인 처방을 내리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에피스클리는 경쟁사인 암젠의 ‘베켐브’와 다른 차별점도 갖추고 있다. 베켐브의 ‘솔비톨’ 성분은 과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투약할 수 없으며, 특히 과당 불내증 검사를 하기 어려운 2세 미만 영유아에게는 처방이 원천 불가능하다. 병원이 베켐브를 공급받을 경우 영유아 환자가 왔을 때 오리지널 제품 또는 에피스클리를 추가 구매해야 하는 셈이다. 이러한 영유아 환자 비율은 10~15%에 이른다.
에피스클리는 약물의 안정성이 높아 보관하기 쉬운 장점도 갖추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스에 마련된 에피스클리 설명에 따르면 에피스클리는 2~8℃에서 3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고, 30℃ 이내 실온에서도 72시간 동안 보관할 수 있다. 이는 의료진의 부담을 줄여주고 예상치 못하게 환자의 방문이 늦어지더라도 약물 폐기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해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추가 임상을 진행해 특허 기간이 남은 솔리리스의 나머지 2개 적응증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이소영 삼성바이오에피스 커머셜 전략팀장 상무는 “에피스클리는 초고가 바이오 의약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처방받을 수 있게 해 바이오시밀러의 사업 가치를 극대화한 제품”이라며 “이후에도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더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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