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종료를 앞둔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 시점을 놓고 이견을 좁이지 못하면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연금개혁을 22대 국회에서 추진하자고 제안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김진표 국회의장은 21대 국회서 마무리 짓겠다고 주장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26일 연금개혁에 대해 “여야가 시간에 쫓겨 결정하기보다는 국민 전체 특히 청년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타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라며 “22대 국회서 충실히 논의해 연금개혁안을 추진하는 게 타당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실의 이 같은 주장은 김진표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을 추진하자는 제안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민연금개혁과 관련해 모수개혁을 권장하며 ‘원 포인트 본회의’ 개최를 위해 여야 간 합의를 요청했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1대 국회에서는 먼저 모수개혁부터 하고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논의를 이어가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국회 연금개혁특위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특위 절차를 생략하고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할 방법이 없다”며 “특위에서 의결하는 게 대전제”라고 강조했다.
모수개혁은 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보험료율 인상안에는 합의했다. 소득대체율의 경우는 국민의힘은 43%, 민주당 45%까지 입장 차이를 좁힌 상태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연금특위 간사가 제안한 44%안(案)을 이 대표가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득대체율은 가입자들이 미래 수령할 연금액을 결정하는 기본 지표다. 소득대체율이 44%로 합의되면 기준액의 44%가 매달 지급된다.
하지만 여야는 개혁시기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의 적기는 지금이라고 강조하며 연금개혁 처리를 촉구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 관심이 적다’며 22대 국회로 연금개혁을 넘기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후끈 달아오른 지금이 연금개혁을 위한 적기”라고 피력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소득대체율 50%에서 45%로, 다시 44%로 낮추는 민주당의 양보에 비판이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걸음이라도 나가기 위해 어려운 결단을 한 것”이라고 되짚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여당의 반대로 연금개혁이 무산된다면 모든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고 지금처럼 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합의를 못 이룬 것은 단순히 1% 수치 문제가 아니다”라며 “연금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논의와 국민연금, 기초연금 연계해 향후 인구 부족 등 연금 재정 건전성 지표 변화에 따른 안전 장치 도입 등 부대 조건과 구조 개혁 과제들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추 원내대표는 “국민적 합의를 모아 100년을 내다보면서 청년과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쟁과 시간에 쫓긴 어설픈 개혁보다 22대 국회서 여야정 협의체와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청년과 미래세대를 포함한 국민 공감을 얻어가며 정기국회서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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