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들어 연구개발(R&D) 지출 등 혁신 활동이 빠르게 증대됐으나, 혁신기업의 성장 폭은 둔화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지 능력이 우수하면서도 틀에 얽매이기를 싫어하는 이른바 ‘똑똑한 이단아’를 키우려면 혁신기업 육성을 위한 사회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은 26일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활동 분석 및 평가’를 주제로 한 경제전망보고서(중장기 심층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은 초저출산·초고령화에 대응해 생산성을 제고해야 하지만 2010년대 들어 기업의 생산성 증가세가 크게 둔화해 성장 잠재력이 빠르게 약화된 상황이다.
혁신 활동의 지표인 ‘기업 R&D 지출 규모’와 ‘미국 내 특허 출원 건수’를 살펴보면 한국은 각각 세계 2위(2022년, GDP의 4.1%)와 4위(2020년, 국가별 비중 7.6%)다. 하지만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 0.5%로 크게 낮아졌다.
보고서를 집필한 성원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은 “성장 잠재력 약화에 대응하려면 무엇보다 과학, 기술, 지식을 활용해 경제 전반에 혁신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면 “혁신의 인적 자본 영향은 인구 감소에 직면한 한국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한국의 혁신기업은 최근 10년 간 생산성 증가율이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우수한 기업을 의미하는 ‘혁신기업’은 최근 10년간(2011∼2020년 평균) 전체 기업 R&D 지출의 72% 내외를 담당했다. 다만 이들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8.2%에서 2011∼2020년 1.3%로 크게 둔화됐다.
한은은 혁신기업의 부진 이유로 △대기업 중심으로 혁신실적은 늘었지만 질적 측면 하락 △중소기업의 혁신자금조달 어려움 가중 △혁신창업가 육성여건 미비 등을 꼽았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 실적이 질적으로 개선되지 못한 것은 2010년대 들어 기초연구 지출 비중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2010년 14%였던 기초연구 지출 비중은 2021년 11%까지 줄어들었다. 응용연구가 혁신 실적의 양(특허 출원 건수)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면, 기초연구는 선도적 기술개반의 기반인 질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점에서 질적 개선에 실패한 것이다.
중소기업이 혁신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2010년대 들어 벤처캐피탈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진 영향이 크다. 벤처캐피탈 접근성이 높을수록 혁신 실적이 개선되고 투자회수시장(M&A, IPO)이 발전해야 이와 관련한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2010년대 들어 벤처캐피탈의 접근성이 낮아지고 투자회수시장의 발전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혁신 신생기업의 진입 감소는 혁신창업가의 육성여건 미비가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경우 혁신창업가는 주로 인지능력이 우수하면서도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똑똑한 이단아’였던 것으로 분석됐지만, 한국의 경우 창업보다 취업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사회 여건이 미흡한 실정이다.
한은은 혁신기업 육성을 위한 사회 여건으로 △기초연구 강화 △벤처 캐피탈 기능 개선 △창업도전을 격려하는 환경 조성 추진을 강조했다.
성 과장은 “연구비 지원, 산학협력 확대 등 기초연구가 강화되면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사회후생이 1.3% 개선된다”면서 “자금공급여건 개선, 신생기업 진입 확대 등 혁신기업 육성이 진전되면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사회후생이 1.4% 높아진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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