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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율성에 방점찍은 ‘밸류업’…가이드라인 확정, 인센티브는 아직

전자신문 조회수  

한동안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밸류업 프로그램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이 26일 최종 확정됐다. 자율성에 기반해 중장기 미래 계획을 투자자 및 주주와 적극 소통해 회사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한 계획을 담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2월 처음 공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운영방안보다 크게 더 나아간 변화는 없었다.

이달 초 공개한 가이드라인 초안에서 ‘연구개발(R&D)투자’ 관련 지표를 추가해 투자를 통한 가치제고 방안을 강조하고, 계획 수립 과정에서 기업들이 특성·성장 단계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계획수립을 할 수 있다는 정도 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지배구조 지표에 ‘내부감사 지원조직의 독립성’, ‘내부감사기구 주요 활동내역의 공시’ 정도 예시를 추가한 것 정도가 전부다.

이사회 역할과 관련해서도 ‘경영관리상 책임있는 결정기관인 이사회의 적극적 참여 권장’ 정도의 내용만을 특징으로 담는데 그쳤다. 기업가치 제고의 상당 부분을 기업의 자율 영역에 남겨뒀다. 정은보 이사장은 “상장기업 등 다양한 시장참여자와의 소통 결과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가이드라인의 핵심 특징 중 ‘자율성’과 ‘선택과 집중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에 방점 둔 ‘밸류업’…인센티브 가이드라인은 ‘오리무중’

정작 시장에서는 “숙제가 하나 더 늘었다”며 걱정하는 분위기다. 참여 여부는 물론 계획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조차도 자율로 남겨둔 탓이다. 작성 자체가 더욱 까다로워진 것은 물론이고 인센티브 부여 조건도 불명확하다.

거래소가 이날 확정한 가이드라인 해설서에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의 정형화된 공시와 달리 종합적인 시각에서 현황을 진단하고 중장기 목표와 사업계획을 작성해야 하는 만큼 오히려 작성이 까다로운 측면도 있습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말 그대로 기업 자율로 공시와는 완전히 다른 서식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투자자와 주주에게 설명해야 하는 숙제가 놓였다.

하지만 정작 세제지원 등 기업가치 제고 우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침을 내놓지 않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앞서 언급한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노력을 늘린 기업에 대해선 법인세 세액공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도 기본 방향 외에는 어떤 기업가치 제고 활동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구체적 방침이 없다. 목표설정 적절성을 비롯해 △계획수립의 충실도 △이행 및 주주와의 소통 노력 등을 종합 평가해 표창을 받은 기업에게 세제 혜택을 주겠다 정도 당초 계획 외에는 추가적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금융사나 대기업은 큰 문제가 없다. 정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동 이후 빠르게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나서고 있는 만큼 정부의 인센티브 역시 이들을 중심으로 제공될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다수 상장사는 먼저 밸류업 공시에 나서는 기업을 따르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을 것이라는 불만이 벌써부터 불거진다.

코스닥 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나 상장지수펀드(ETF) 조차도 이미 주주환원 등 기업가치 제고 성과가 좋은 기업이 대상이지 앞으로의 제고가 개선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어떤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한 방침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금융지주나 일부 글로벌 대기업이 독식하는 가운데 코스닥 기업 일부만 포함될 지표라면 대표성이 부족한 것은 물론 참여 유인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중장기 과제로 추진 방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아직 불확실한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정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중장기적으로 저평가된 자본시장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개별 기업별로 산업 특징에 따른 성장단계를 고려해 중장기적 가치제고 목적에 적합한 지표를 선정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투자 기준이 시장에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업종이라면 BIS자기자본비율을 근거로, 보험업종은 신지급여력비율(K-ICS)를 기준으로 회사 경쟁력을 투자자에게 알릴 수 있다. 미디어 업종 기업은 지식재산권(IP) 보유 현황을 토대로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전문 상장사의 경우 생산능력(CAPA) 지표를 바탕으로 성장성을 제시할 수 있어 회사 사업 전략을 알리는데 용이하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기업개요 △현황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 △소통 등 목차로 작성하면 된다.

예컨대 △PBR(주가순자산비율) △배당성향과 자사주 소각금액 △비영업용 자산비중 △지배구조를 기업가치 제고 계획 핵심지표로 삼을 수 있다. 경쟁사와 PBR, 자사주 소각내역, 비영업용 자산 비중을 비교(현황진단)해 PBR을 0.8에서 1.3 수준까지 높이겠다(목표설정)는 구체적인 산술 지표를 공시할 수 있다. 또 각 사업 부문에서 해외시장 진출 등 다양한 경영 활동을 통해 어떻게 매출 증가를 이끌겠다(계획수립)는 내용 역시 공시를 통해 전달할 수 있다. 매년 이런 공시와 이행평가 활동을 통해 투자자와 소통하는 식이다.

물적·인적자본 투자, 사업구조 개편, 주주환원 확대 등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수립 역시 자연스레 뒤따라야 한다. 이때 투자 계획의 자금 조달방안 등 이행 근거 및 위험요소 등을 제시해 계획의 합리성을 확보해야 한다.

상장기업 밸류업 공시 현황과 내용은 25일 열린 기업 밸류업 통합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이후, 준비가 되는 상장기업은 공시를 실시할 수 있다. 현재 준비 중인 기업도 향후 일정을 사전 안내하는 예고 공시도 가능하다.

거래소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안착을 위해 공시 책임자와 담당자를 대상으로 공시교육을 실시하고, 중소 상장기업에 대한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사회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상장기업 사내외 이사 대상 밸류업 세미나를 6월부터 실시한다.

정 이사장은 “기업들이 주주 환원뿐만 아니라 기업 상황에 맞게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주주들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것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이라면서 “앞으로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국내외 마케팅을 적극 실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4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업 밸류업, 자본시장 레벨업'을 주제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서 발언하고 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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