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금이라도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 정책에 속도를 올리고, 우리 국민의 공정한 자산 운용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우리 자본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음으로써 자본시장을 레벨업(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0일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해소 필요성을 절감한 시간이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 이사장은 “그간 증시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을 견인할 질적 성장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증시는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으나,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크지 않다”면서 “또 우리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 10년간 60% 넘게 상승했으나 지수 상승률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35%”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일본 증시 상승률은 약 20.6%, 미국은 10.2%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4%에 불과했다.
정 이사장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방안은 건전한 시장 압력(Market Pressure)을 통한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면서 “중소기업들도 부담과 시행착오 없이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맞춤형 컨설팅, 영문번역 서비스 등 공시 실무도 세심하게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이사장은 “지난주 일본과 미국에서 열린 K-밸류업 글로벌 로드쇼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밸류업 정책에 대한 큰 기대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이들은 ‘중국에 투자한 자금 회수 과정에 있는데,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이 자금을 아시아 어느 지역에 투자할지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유의미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 이사장은 국민의 공정한 자산운용 기회 확대를 위해 금융당국과 함께 불법 공매도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능화되고 있는 불공정거래에 선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 개발은 1년 정도, 빠르면 10개월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시간 단축뿐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인 탐지 시스템을 만드는지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좀비기업 퇴출과 관련해선 정 이사장은 “현재 우리나라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는 기업은 약 2600개로,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많다고 판단된다”면서 “원칙에 맞는 퇴출제도를 운영해 진입·퇴출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는 것이 자본시장 건전성 유지와 기업 밸류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검토를 시작했고, 필요하다면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정 이사장은 “인덱스, 데이터 등 성장성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본부(가칭 미래사업본부)를 신설해 신규 수익원 확보의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며 “거래소의 해외 사무소 기능을 재정립해 K-밸류업 마케팅의 글로벌 거점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는 기업의 생산설비 같은 물적 자본보다 기업이 축적한 지적 자본이 기업의 경쟁력을 대표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 한국거래소의 지적 자본을 축적하고 ‘기업 밸류업, 자본시장 레벨업’의 촉매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전략과제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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