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고서 정정을 거치며 기업공개(IPO) 일정을 연기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영향이다. ‘뻥튀기 상장’으로 논란을 빚은 파두 사태 이후 코스닥시장 상장 요건 중 기술성장특례를 적용한 기업에 대해 금융당국의 심사가 깐깐해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청약이 예정됐던 하스, 에스오에스랩, 미래에셋비전스팩5호, 에이치브이엠 등의 일정이 줄줄이 다음 달로 미뤄졌다. 최근 ‘기간정정’이 통과의례로 여겨질 정도라고 한다.
증권신고서를 네 번이나 정정한 곳도 있다. 하스는 총 네 차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청약 일정을 내달 24~25일로 연기한 상태다. 에스오에스랩도 네 번 정정하면서 청약 일정을 내달 14~17일로 미뤘다. 상장 일정이 더 밀릴 수도 있다.
상장예정기업들의 상장 일정이 줄줄이 연기된 이유는 이른바 ‘파두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꼼꼼하게 상장 심사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최근 금융당국은 증권신고서에 최근 월이나 분기 실적에 대해 가결산 상태라도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투자자에게 최대한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라는 취지다.
지난해 8월 반도체 설계기업 파두는 1조원이 넘는 몸값을 자랑하며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전 올해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를 1202억원으로 금융당국에 제시했다. 그러나 상장 후 발표된 실적은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00만원에 불과했다. 이후 주가는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파두의 ‘뻥튀기 상장’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어 지난해 8월 기술특례제도로 상장한 사이버보안 기업 시큐레터는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9개월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상태다.
기업공개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알 수 없었던 문제가 상장하자마자 연이어 터진 셈이다. 투자자들은 기업공개를 주관한 증권사들이 실사를 똑바로 하지 않았거나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주관사, 금융당국에 문제를 제기했다.
시장 신뢰도가 추락하자 금융당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금융감독원은 기업공개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보는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상장 과정에서 나온 쟁점 사항, 주관사 내부 심의 내용 중에서 중요 투자위험이나 과거 주식 발행 정보 등의 내용은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파두 이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기술특례기업은 심사가 까다로워졌다”며 “이후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상장 시기가 겹치면서 지연되는 사례가 늘었고, 최근엔 6월로 청약 일정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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