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도 미국 증시에서 거래할 길이 열렸다. 이더리움 가격이 ETF 승인을 전후로 20% 넘게 뛴 가운데 시장에서는 기관자금이 유입되면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3일(현지시각)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상장 심사요청서를 승인했다. SEC가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승인한 지 4개월 만이며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 중에는 처음이다. 각 ETF 운영사가 별도의 증권신고서를 승인받는 절차가 아직 남아 있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이더리움 현물 ETF가 출시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시장에서는 이번 승인을 두고 깜짝 놀랄 만한 이벤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전망이 지난주까지만 해도 밝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승인 이후 다음 타자는 ‘알트코인 대장주’인 이더리움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SEC가 알트코인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알트코인은 상품이 아니라 증권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SEC의 입장 급선회를 놓고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고려한 정치적 압력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가 가상자산에 긍정적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가상자산에 대한 태도를 완화적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가상자산 산업 규제를 강화하는 등 반(反)가상자산 정책을 고수해왔지만,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선거 후원금으로 가상자산을 받는 등 가상자산 친화적인 행보를 보였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ETF 분석가 에릭 발추나스는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초당파적 하원 의원들이 겐슬러 의장에게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전하며 “ETF가 주류 정치와 선거의 해 내러티브에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초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반에크 등 운용사들이 이더리움 증권성 논란의 핵심 근거였던 스테이킹(블록체인 네트워크 유지·보안 등을 위해 가상자산을 네트워크에 일정 기간 맡기고 보상을 얻는 것)을 ETF 구조에서 제외한 점 등도 주효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1이더리움 가격은 지난 20일 420만원대에서 거래되다가,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500만원대까지 급등했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544만9000원까지 오르면서, 20일 저가(423만6000원)와 비교해 28.6% 올랐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처럼, 이더리움에도 막대한 규모의 기관자금이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올해 1월 승인되고 나서 4개월간 미국 기관발 자금 유입 증가액은 30조원에 달했다. 전 세계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보유량 중 미국 자산운용사 비중은 약 85%로, 타 국가 대비 미국 금융기관의 수급이 큰 편이다.
다만 그 규모와 유입속도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못 미칠 전망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ETF를 통한 보유 자체가 투자 목적이 될 수 있지만 이더리움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디지털 석유’ 성격 자산이기 때문에 ETF를 통해 보유할 때 직접 현물을 보유하는 것보다 활용도가 낮을 수 있다”며 “특히 스테이킹 기능이 ETF에 없어 스테이킹으로 추가 이더리움을 얻지 못하는 것도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홍성욱 연구원은 “이러한 한계로 인해 비트코인보다 자금 유입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지만 시가총액도 비트코인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미국 이더리움 현물 ETF도 시가총액에 비례하는 수준으로 자금 유입이 된다면 이더리움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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