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의 전환사채(CB) 발행 결정이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이 사업 확장에 나서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운영자금 조달 비중이 높은 데다 오버행 리스크도 불거질 수 있어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결정 공시된 전환사채 발행 건수는 148건, 액수는 2조4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5월 121건, 1조7644억 원 대비 건수와 액수 모두 증가했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이다. 전환 이전에는 사채로서 확정 이자가 지급되고, 주식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유상증자, 회사채 등과 같이 기업들의 자금조달책 중 하나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을 조달함과 더불어 주식으로 전환될 시 부채가 자본으로 전환되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로서는 발행 시 기업 부채가 늘어나고, 이후 주식으로 전환되더라도 지분이 희석되고, 오버행 위험이 커지면서 증시에서는 통상 악재로 인식된다.
실제로 지난해 7월 14일 상장한 필에너지는 상장일 장 마감 후 160억 원 규모 전환사채에 대한 전환 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를 통해 밝힌 후 급락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조달 목적 별로는 운영자금이 1조1363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4998억 원, 채무상환자금 4030억 원, 시설자금 4008억 원, 기타자금 401억 원 순으로 많았다.
전환 시 발행 주식의 주식 총수 대비 비율은 평균 18.44%로 지난해 1~5월 평균 10.83% 대비 7%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4월 30일 전환사채 발행 결정을 공시한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의 경우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하면 4620만4620주가 신규 발행되면서 기존 주식 대비 주식 수가 269.93% 늘어나게 된다.
한 투자자는 “전환사채 개념 자체는 유연한 자금조달 수단이지만, 결국 오버행 이슈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며 “습관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곳도 있고, 다른 장에 비해 국내 장에서 발행 빈도가 높은 것 같아 차라리 제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환사채가 오버행, 지분가치 희석 문제와 더불어 불공정거래에도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은 올해 초 △콜옵션 행사자 지정 시 공시 의무 부과 △발행회사 만기 전 전환사채 취득 공시 강화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최저한도 예외 적용 합리화 △사모 전환사채 전환가액 산정 기준일 규율 명확화 등 제도개선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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