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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과 임상시험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질까? 의약품 작명업계 주요 업체 대표가 최근 인터뷰에서 임상시험 작명의 비밀을 밝혔다.
26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브랜딩 전문업체 ‘브랜드 인스티튜트(Brand Institute)’의 스콧 피에르그로시 크리에이티브 부문 사장은 최근 제약 전문매체인 피어스파마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그동안 작명한 의약품, 임상시험 사례를 들며 작명 배경을 설명했다.
임상시험 이름의 3분의 1은 두문자어가 사용된다. 두문자어는 여러 단어들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약어다. 피에르그로시 사장은 두문자어 이름이 기억에 남으려면 ‘믿을 수 있고 단순한 방식으로’ 묶어야 한다고 말했다.
종양학과 면역학에 주력하는 임상단계 바이오 기업 ‘바이오라인Rx’의 ‘Eagle’ 임상시험이 대표적이다. 이는 ‘GABA 수준 향상을 통한 효과적인 항정신병(Effective Anti-psychosis via GABA-Level Enhancement)’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GABA(감마아미노부티르산)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다. Eagle(독수리)은 단어 본래의 뜻에서 비롯된 자유, 치솟음, 해방의 이미지도 주는 효과가 있다.
임상시험 이름의 3분의 2는 적응증, 작용 기전, 약물 이름 등을 의미하거나 특정한 열망이 반영되기도 한다. 사노피의 ‘Cdiffense’ 임상시험은 적응증과 열망이 조합된 사례다. Cdiffense 연구는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리균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백신 후보물질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Cdiffense’라는 이름은 표적인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리’(Clostridioides difficile, C. diff)에서 비롯됐다. 동시에 보호, 방어를 뜻하는 단어 ‘defense’를 떠올리게 한다.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 ‘레타트루타이드로’ 적응증 허가 임상시험 이름도 대표적 예시다. 비만이 유발하는 제2형 당뇨병, 골관절염 등 적응증을 연구하는 이 임상시험의 이름은 ‘Triumph(승리)’다. 덴마크 제약사 레오파마가 진행하는 중증 만성 습진 치료용 핸드크림 연구 이름인 ‘Delta Force(미국의 대테러 특수부대, 델타 포스)도 눈길을 끄는 작명이다.
업계에서는 임상시험 작명이 제품 출시 전 중요한 마케팅 기회라고 평가한다. 임상시험 이름은 의약품 이름과 달리 규제 감독의 대상이 아니다. 피에르그로시 사장은 “규제 당국이 임상시험 이름을 검토하지 않지만 너무 과장되거나 홍보 목적 작명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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