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업계가 슈퍼섬유를 비롯한 신소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특히 가벼우면서도 강철처럼 단단하고, 고온을 견디는 소재로 알려진 아라미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 5세대 통신(5G) 광케이블,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 효성, 코오롱, 태광산업, 애경 등 주요 화학사는 잇달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케미칼은 2025년까지 아라미드의 주원료로 쓰이는 TPC(테레프탈로일 클로라이드) 양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0년 중반부터 TPC 국산화 연구를 해온 애경케미칼은 2020년 데모플랜트 가동에 이어 지난해 11월 시제품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TPC로 만드는 아라미드는 이른바 ‘슈퍼섬유’로 불린다. 굵기는 5㎜로 실처럼 얇지만, 강철보다 5배 단단해 2톤(t) 무게를 버틸 수 있다. 통상 강도는 한쪽에서 당기는 방식으로 측정한다. 섭씨 400~500℃ 고온에서도 타거나 녹지 않아 방탄복, 소방복 등 각종 보호장비는 물론 각종 산업 분야에서 보강재로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아라미드 시장 점유율은 미국 듀폰, 일본 데이진 등이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후발 주자인 국내 기업도 투자를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아라미드는 5G 통신 광케이블 설비, 전기차에 쓰이고 향후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쓰임새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핵심인 만큼 부품 경량화가 중요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구미공장을 증설해 아라미드 생산량을 기존 연간 7500t에서 1만5310t으로 확대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생산량이 가장 많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하반기부터 증설 효과가 나타나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 2021년 울산공장에 612억원을 투자해 생산량을 기존 1200t에서 3700t으로 늘렸다. 태광산업은 아라미드 울산 공장에 1450억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연산 3500t을 증설해 생산량을 5000t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탄소섬유 1위 기업인 일본 도레이그룹은 2025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해 경북 구미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도레이그룹 한국 지사인 도레이첨단소재는 약 1655억원을 들여 구미1공장에 연산 3000t 규모의 아라미드 생산설비 2호기를 증설한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도레이첨단소재의 아라미드 생산 규모는 연 5000t으로 늘어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아라미드 수요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5% 성장했고, 2030년까지 연평균 6%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광케이블, 전기차 관련 수요는 2026년까지 매년 1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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