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조원 자산을 운용하는 대한민국 유일 국부펀드의 신임 사장 인선이 지연되고 있다. 현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임기를 마쳤지만, 사장추천위원회조차 꾸리지 못했다. 당장의 빈자리는 진 사장이 채우지만, 중장기 투자정책 수립에는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진승호 KIC 이사회 의장 사장은 임기 만료에도 사장직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진 사장은 지난 2021년 5월 18일 KIC 8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17일 3년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장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KIC는 정관에서 임원의 임기 만료 시 후임자 임명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 공공기관이 비슷한 정관을 두고 있지만 KIC가 다른 점은 국가 자산을 운용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KIC 사장은 이사회 의장이자 KIC의 투자정책을 결정하는 운영위원회 당연직 인사로 꼽힌다. 이외 KIC 운영위원회 당연직 인사는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등이다.
KIC는 정부가 가지고 있는 외환보유액을 효율적으로 운용·관리하기 위한 대한민국 유일의 국부펀드로 2005년 출범했다. 글로벌 채권 투자에서 주식, 대체투자 등으로 투자 영역을 확장해 설립 당시 약 160조원 위탁 운용 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258조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진 사장은 역대 최장수 KIC 사장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출범 이래 사장 임기 만료까지 사추위 구성조차 이뤄지지 않은 적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사추위가 구성돼도 서류심사 면접 등 인선 절차에 최소 2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 관계자는 “4·10 총선이 끝나면 곧장 후임 인선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이상하게 늦어지고 있다”면서 “차기 총리와 대통령실 그리고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내각 개편까지 추진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KIC의 사장 선임 작업은 후순위로 밀린 것 같다”고 말했다.
KIC 사장은 사장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7대 사장이었던 최희남 사장 역시 임기 만료 후 사장직을 계속 수행했지만, 당시는 1개월 조금 넘게 더 근무한 정도였다.
시장에선 사장 인선 지연으로 KIC의 투자전략 수립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후임 사장으로 교체가 확정된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전략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KIC는 감사원의 해외 대체투자 감사 대상으로, 올해 신규 출자 방향을 확정하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임기를 마친 현 사장 중심의 임시 운영 체제가 아무리 빨라도 7월 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KIC 감사 임기가 오는 7월 중순까지인데 이 시기에 맞춰 KIC 9대 사장 인선과 감사 재선임을 동시에 진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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