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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기만 하면 물 새고, 외벽 기울고…하자 분쟁 10년 새 2배 증가

땅집고 조회수  

[땅집고] 대우건설이 시공 중인 '당진 푸르지오 클라테르' 내에 쓰인 곰팡이 목재 사진. /제보


[땅집고] 올 들어 부실시공으로 인한 하자 분쟁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입주예정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분쟁은 10년 사이에 두 배나 뛰었을 정도다. 여론이 심각해지자 정부에서도 불시점검 등에 나서며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으로 급변하는 건설 환경에 맞춘 새로운 기준으로 공사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요즘 신축 왜 이래요?” 사전점검 하자만 5.8만 건…짓기만 하면 논란

지난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오는 9월 입주 예정인 ‘당진 푸르지오 클라테르’에 곰팡이 슨 자재를 사용한 것이 밝혀져 아파트 공사가 중단됐다. 당진 송악읍 기지시리에 있는 667가구 규모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로, 오는 9월 입주 예정이었다. 논란 이후 대우건설은 전면 재시공을 약속한 뒤 예정대로 입주일에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아파트 감리단은 기준을 맞춰 재시공에 들어가면 입주일이 최소 한 달은 밀릴 것으로 보고 있다.

[땅집고] 이달 2일 ‘힐스테이트 오룡’ 입주자들이 아파트 앞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부실시공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현대엔지니어링이 전남 무안군에 짓는 ‘힐스테이트 오룡’은 사전점검에서 약 5만 8000건에 달하는 하자가 접수돼 논란이 일었다. 아파트 외벽이 휘어있거나 엘리베이터 공용부 바닥과 벽면은 삐뚤어져 있어 상태가 심각했다. 논란이 일자 무안군은 이 아파트 하자보수와 관련 현장점검반을 편성하고, 보수 추진상황을 매일 점검했다. 현재 발견한 하자 50% 이상은 보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경남 진주에 있는 104가구 규모 고급 타운하우스 ‘파밀리에 피아체’는 지난 7일 준공했다. 지난 2월 진행한 사전점검에서 누수 등 하자가 1200건이 넘게 나와 준공이 2개월 밀린 것이다. 이 단지는 4월 말 진주시에서 준공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입주 예정자 다수의 계약 해지로 실제 분양률은 10%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준공을 앞둔 대구 달서구의 신축 아파트 '뉴센트럴두산위브더제니스'에서 층간 높이를 맞추기 위해 몰래 비상계단을 깎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온라인 커뮤니티

이 밖에도 부실시공 건수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두산건설이 시공한 대구 달서구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에서는 비상계단 층간 높이 규격을 맞추려고 시공이 끝난 계단을 깎아내다 입주 예정자 항의를 받았다.

대구 북구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 경북 경산의 ‘경산아이파크 1차’ 등 올해 사전 점검을 진행한 단지들은 입주 예정자들에게 무더기 하자 지적을 받았다. 3년 전 준공한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에서는 한국표준(KS) 마크를 위조한 중국산 유리 수천 장을 시공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됐다.

■ 연평균 부실시공 분쟁만 4300건…건설사 “품질 관리 갈수록 어려워” 진땀

시공사와 입주자 하자 분쟁은 10년 새 배로 뛰었다.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에 따르면, 하자 분쟁 처리 건수는 2014년 약 2000건에서 올 2월 기준 연평균 4300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6개월 동안 하자판정을 많이 받은 건설사는 대송(246건), 현대엔지니어링(109건), 지브이종합건설(85건), 태영건설(76건)과 플러스건설(76건) 순이었다.

건설사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건설 자잿값과 인건비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숙련 기술자는 부족하고 공기(工期)에 쫓기다 보니 품질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건설사들도 전반적으로 아파트 품질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본사의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며 “부족한 인력을 중국 등 외국인들로 채우다 보니 공사 품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말에는 일을 못 해서 시간이 촉박한데 준공일정이 빠듯해 품질이 더 떨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땅집고] 최근 새아파트 입주 전 하자점검 전문업체를 고용하는 수분양자들이 늘고 있다. /조선DB

부실시공 논란이 확산하자 신축 아파트 사전 점검을 대행해 주는 전문 업체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른바 ‘홈체크’로 불리는 이들의 사전 점검 대행 비용은 국민평형(전용면적 84㎡) 기준 30만원대 정도다. 적은 비용이 아니지만, 맨눈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전문 장비를 동원해 확인해 준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입주 예정자 사이에서는 사전 점검 대행 서비스를 공동 구매하는 경우도 생겨날 정도다. 전국 영업망을 갖춘 사전 점검 전문 업체는 3곳 정도다. 특정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업체를 포함하면 30곳이 넘는다고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홈체크 업체가 입주 예정자와 시공사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 정부, 전국 23곳 신축단지 하자 불시점검…건설업계선 “기준 손 봐야” 주문

정부에서도 대처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30일까지 지자체ㆍ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준공이 임박한 전국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23곳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선다. 오는 10월까지 입주가 예정된 171개 단지 중에서 별도 선별했다. 국토부, 지자체, 건축구조ㆍ품질 관련 전문가로 구성한 시도 품질점검단과 하심위를 운영하는 국토안전관리원이 함께 특별 점검에 나선다.

점검 결과 발견된 경미한 하자나 미시공 사례 등은 사업주체 및 시공사에 통보해 입주 전까지 조치한다. 시공 과정에서 품질안전관리 의무 위반사실을 적발할 경우, 인허가청(지자체)이 부실벌점 부과,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에 나선다. 국토부는 오는 7월 중 시행 예정인 사전방문 제도 개선방안에 나설 계획이다. 사전방문 전 공사 완료 의무화하고, 하자 조치기한(입주 후 180일 이내)을 설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분위기가 바뀐 만큼 건설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자체에서 준공인허가를 더욱 깐깐하게 따질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시공사 입장에서도 주5일제 도입이나 인건비 상승 등을 반영해서 적합한 준공 일정을 잡을 수 있도록 공사비 가이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시공사에서도 무리해서 공기를 맞추다 보니 문제가 속출한다”면서 “기준을 현실에 맞게 맞춰놔야 추후 일어날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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