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저신용자의 불법사금융 이용을 줄이기 위해 우수 대부업자를 대상으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 대부업자는 생각보다 대출금리가 높아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한다.
25일 금융 당국과 은행, 대부업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서민금융을 위해 우수 대부업자를 위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고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대부업자의 이용은 크게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수 대부업자 제도가 시행된 2021년 7월 이후 대부업체가 은행권으로부터 빌린 금액은 2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말 은행권 차입 자금은 1400억원대로 줄어든 뒤 같은 해 9월 러시앤캐시가 문을 닫은 후에는 1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차입금 수준은 최근에도 1000억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에서 차입할 수 있는 문이 열렸으나, 우수 대부업자의 차입금 규모에는 변화가 없는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이 우수 대부업자에 돈을 빌려준다고 나섰지만, 사실 큰 수요가 없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은행은 저신용층을 제도권 금융으로 포용하자는 취지에서 우수 대부업자에 대한 대출에 나섰다. 은행은 그간 건전성 관리 및 평판 리스크를 고려해 대부업체에 대한 대출을 하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은 우수 대부업자당 최대 50억원, 전체 1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역시 대부업협회와 협약을 맺고 우수 대부업자 대출을 시작했다.
이는 은행권이 우수 대부업자가 가장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여신을 지원해야 한다는 금융 당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온 대부업자는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2금융권에서 연 7~8%의 금리로 돈을 빌려 다시 저신용층에 대출하면 법정최고금리(20%)를 넘기게 돼 오히려 대출을 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자 저신용층은 마지막 제도권 금융으로 꼽히는 대부업체마저 이용할 수 없게 되며 불법사금융의 문을 두드렸다.
우수 대부업자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길이 생겼지만 막상 관련 대출을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고 있다. 생각보다 높은 금리에 은행의 문을 두드리는 우수 대부업자가 적은 상황이다. 대부업자는 은행권이 제시하는 금리가 생각보다 높아 돈을 빌려 저신용층에 대출을 하기엔 부담스럽다고 주장한다. 대부업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대출금리는 연 6~7% 수준으로 2금융권 대출금리와 약 1%포인트밖에 나지 않는다.
대부업권 관계자는 “만약 연 6~7%의 금리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여기에 10%의 대손비용을 더해야 한다”라며 “대출을 연결해 주는 중개사나 플랫폼에 줘야 하는 비용 2~3%를 합치면 벌써 법정최고금리인 20%에 달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에서 이 금리로 돈을 빌려 대출을 할 이유가 없다”라며 “최대 연 5%대까지는 금리가 내려와야 은행권에서 돈을 빌려 신용대출을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은행권은 우수 대부업자 대출에 대해 이윤을 남기지 않지만, 해당 대출 또한 기업의 신용도·리스크 등을 고려해 금리를 산출하는 만큼 금리를 크게 낮추긴 어렵다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수 대부업자 대출은 상생이 목적이므로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는 게 기조이지만, 영업점에서 위험성 등을 반영해 금리를 높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대출금리 수준에 대한 은행과 대부업자의 간극이 큰 만큼 이를 좁힐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우수 대부업자와 매주 간담회를 하면서 은행권 대출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 다른 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일반적인 대출 심사 기준을 적용하면 대출 금리에 있어 우수 대부업자와 의견 차이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수 대부업자에 대한 대출을 상생 차원에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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