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4일 22대 경기도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수원에서 만찬 간담회를 가졌다. 당선 축하 형식이었지만 만남 자체가 김 지사의 높아진 존재감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 여론이다.
이날 김 지사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지역 균형발전 개발사업 등을 두고 입법 지원을 요청했다. (2024년 2월 24일 자 아주경제 보도)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도 지역 당선인 36명을 비롯해, 국민의힘 3명, 개혁신당 1명 등 모두 4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였지만, 오간 대회는 ‘민감한 정치적 발언’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간담회 내내 여느 행사와 다른 분위기기로 긴장감마저 돌아 간담회 무게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는 전언이다.
김 지사는 이에 앞서 지난 22일 부산·경남을 찾아 22대 총선 낙선 더불어민주당 핵심 인사들과 회동했을 때도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로 성격이 짙었지만, 지난 4·10 총선을 앞둔 3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이후 2개월여 만이어서 관심을 높였다. 특히 같은 잠룡 군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귀국 후에 이뤄진 낙선자들과의 만남이라 더했다.
김 지사의 존재감 부각은 이후 진행된 일련의 정치 행보에서도 더 확실히 나타난다.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를 맞아 찾은 봉하마을에서도 그랬다. 지난 23일 봉하마을 찾은 김 지사가 “뜨거웠던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한다”며 “우리가 바라는 미래,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김 지사가 노 전 대통령의 가치 계승을 다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이 알려져 공감을 샀다.
사실 김 지사와 노 전 대통령의 인연과 감회는 유독 각별하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생전 참여정부 장기 재정계획을 김 지사가 주도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 근무 시절이다. 당시 김 지사는 이 계획을 ‘국가비전 2030’이라 명명한 바 있다. 그리고 준비된 50개 과제를 제대로 추진하면 2030년 삶의 질 세계 10위 달성을 자신했다. 이런 비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어서 미래를 보는 김 지사의 안목이 얼마나 비상(非常)했는가를 짐작게 한다. 지난 23일 봉하마을 찾은 김 지사가 노무현 가치를 새긴 것도 앞으로 새로운 세상만들기 다짐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가 취임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속해서 정치적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수도권 유일 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이라는 프리미엄을 내세우기보다는 대중과 진솔한 소통으로 ‘잠룡’의 이미지도 높이고 있다. 21개월째 김 지사의 지지확대지수가 1위를 차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17개 광역자치단체장중 ‘탑 오브 베스트’가 던져주는 의미는 남다르고 예사롭지 않다. 그런 가운데 미국 출장 이후 외연을 더 넓히고 있다. 자신감도 종전보다 충만해 보인다. 덕분에 잠룡으로서 무게감과 말 한마디 한마디의 영향력도 더욱 ‘파워플’해 졌다는 평가다. 정치권은 이를 두고 ‘대권가도’에 본격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물론 어제오늘은 아니다. 또 대부분 정치적 행사 참석이 목적이지만 미국 출장 이후 부쩍 늘고 있다. 덩달아 ‘김동연 대권행보’라는 수식어도 자연스럽게 따라붙고 있다.
정치적 외연 확장뿐만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도행역시(倒行逆施)에 대한 김 지사의 질타성 경고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강도 또한 수위가 높다. 도행역시는 ‘거꾸로 행하고 거슬러서 시행한다’는 의미다. 국가가 무리한 정책을 강행하면, 결국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김 지사의 평소 정치철학과 상통하는 말이다. 그래서 김 지사가 윤석열 정부를 향한 ‘의미있는 쓴소리’에 호응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정부 실정(失政)이 드러날 때마다 지적해 온 사항이지만 최근 부쩍 ‘국민염려(國民念慮)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다고 해서 주목받고 있다.
엊그제도 김 지사는 “김건희·채상병 특검은 야당의 정치 공세가 아니다. 국민 3분의 2가 지지하는 ‘국민 특검’ 요구이다”라면서 “대통령이 결자해지해라. 국정 기조를 근본부터 완전히 탈바꿈하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9일엔 미국 방문 중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두고 ‘사오정 기자회견’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답이 없는 대통령’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순리와 정도를 무시하고 일을 억지로 강행하는 윤 대통령을 독하게 경고한 셈이라고 해서 지금도 회자하고 있다. 그리고 불과 며칠 사이 이런 행보가 연속해 이어지자 다시금 ‘잠룡’의 존재감도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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