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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엔튜닝] 그냥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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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앙리 마티스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책은 취미로나 봤어야지….”

북에디터가 일에 지칠 때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다. 내가 아는 모든 북에디터는 책이 좋아 이 직업을 선택했지만, 그렇다고 책 만드는 일이 항상 즐겁지는 않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나는 꽤나 겪었다. 그래서 새 취미로 택한 것이 악기, 그중에서도 기타였다.

그런데 좀처럼 늘지 않는 기타 실력에 괴롭다. 이 괴로움을 지인에게 하소연하는 것을 넘어 칼럼에서도 누차 토로해왔다. 주위 사람들의 걱정 어린 피드백도 이어졌다.

친한 언니는 “읽는 내가 다 괴롭다”며 “기타를 잠깐 쉬어보라”고 권했다. 대체로 무심한 기타 선생님마저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취미의 사전적 정의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다. 취미가 애초에 즐거움을 그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놈의 기타는 내게 즐거움은커녕 괴로움과 스트레스를 주고 있으니 이게 과연 맞는 걸까.

고민이 깊어지던 중, 한 친구가 떠올랐다. 친구는 테니스를 10년 넘게 취미로 하고 있는데, 마음처럼 실력이 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다.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레슨을 받는데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해 전 일이지만 그때 나는 ‘취미로 하는 건데, 그게 그렇게 속상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딱 그 마음이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 내 하소연을 듣던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 언니는, 그러니까 테니스 딱 1년 치고, 포핸드가 잘 안 된다고 속상해하는 식이야. 나는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포핸드가 어렵거든.”

친구가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때로부터 몇 년이 지났다. 요즘은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우승도 한다. 친구는 지금도 많게는 주 5회 테니스를 치고, 그중 한 번은 레슨도 받는다. 그런데도 아직 포핸드가 어렵다니. 뭔가 약간의 위로가 됐달까.

운동이나 악기 같은 취미는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되기까지 어느 정도 수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수련의 시간은 즐겁기만 할 순 없다.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고 좌절하는 날이 더 많겠다.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테니스가 내게 주는 스트레스가 8이라면 즐거움은 2 정도야. 그런데 그 2의 즐거움이 정말 커. 괴로움은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는 괴로움이라면, 그냥 하는 거야. 계속.”

그렇다. 그냥 하면 된다. 새삼 느끼지만 나는 생각이 너무 많다.

기타를 배우는 나는 이제 막 배밀이를 졸업하려는 아기 정도일 테다. 아직 팔다리 힘이 부족한 내게 왜 걷지 못하냐고 왜 뛰지 못하냐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18년 차 북에디터로 10대 청소년기 정도 되겠지만, 일도 여전히 어렵지 않은가.

살면서 ‘그때 그럴 걸…’ 하고 후회하는 일이 꽤 많다. 보통은 어떤 일을 해서가 아니라 하지 않아서 하는 후회다. 그렇다 그냥 하면 된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도, 하소연도 이제 그만!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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