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기차 배터리 관세율을 크게 높이기로 결정했지만 중국산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에 우위를 내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의 이번 관세 인상으로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각)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보고서를 내고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배터리 관세 인상이 미국의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CATL과 BYD 등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관세 인상이 무의미할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이 이런 분석의 근거로 꼽혔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산 배터리 제품에 기존 7.5% 에서 25%로 관세율을 인상하지만 이를 적용하더라도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보다 저렴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 배터리 가격이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의 절반 수준이라 관세율을 3배 이상 높이더라도 여전히 수요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의 대부분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그리고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공급하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고가인 삼원계(NCM) 중심이라 중국의 주력 제품인 중저가 리튬인산철(LFP)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에서는 불리하다.
애초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중국산 배터리의 유입이 제한되며 한국 배터리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한국 배터리업체들로서는 이런 가능성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포드와 리비안 등 여러 현지 자동차 제조사들부터 중국산 LFP 배터리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모습이 관측된다.
최근 미국 환경청(EPA)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리비안은 2025년형 R1T와 R1S 일부 모델을 LFP 배터리팩으로 전환한다. 이 모델들은 기존에는 NCM 배터리를 사용했다.
미국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로 손실을 보는 상황과 맞물려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으로 읽힌다. 원가 절감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전기차 제조 비용에 비중이 큰 배터리가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어서다.
포드가 최근 부품 공급업체들에 원가 절감 아이디어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기차 생산 비용에 배터리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드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사실상 납품가를 줄여 달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블룸버그는 증권사 JP모간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의 관세 인상이 CATL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진출 의지도 강력하다.
CATL은 미국 내 자동차기업과 기술 라이선스 제휴 방식으로 배터리 생산 협력을 확대하는 방침을 예고했다. BYD 또한 전기차나 하이브리차 대신 배터리를 미국에 수출할 방침을 시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 또한 CATL의 배터리 제조 장비를 활용해 미국 네바다주에 LFP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전기차용 LFP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2026년 이후에나 양산이 예정됐고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중국업체와 비교해 여전히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 미국의 대 중국 배터리 관세 인상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아 한국 기업들로서는 중국 추격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미국이 관세 인상 대신 중국 기업들과 손잡고 자국 전기차 산업을 발전시키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입지가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전기차와 배터리 관세 인상을 비판하는 기사를 통해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선도적인 전기차 기업들과 장기적 파트너십을 키우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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