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SK이노베이션과 울산광역시의 ‘우정의 상징’, 울산대공원은 활짝 피었거나 아직 꽃망울 상태인 장미들, 그리고 울산 시민들의 정겨운 사투리로 가득 차 있었다. 따뜻하다기엔 기온이 다소 높았음에도 남녀노소가 삼삼오오 모인 행렬이 좀체 끊이질 않았다.
지난 23일 오전, 울산광역시 남구 울산대공원 장미원에는 장미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축제는 지난 22일부터 오는 26일까지 5일간 ‘러브스토리 인 울산(Love Story in ULSAN)’을 주제로 열리고 있다.
올해로 16회째… 265종 300만송이 장미 ‘대기 중’
올해로 16회를 맞는 울산대공원 장미축제는 울산시와 SK이노베이션이 공동 주관하는 축제다. 지난 2006년 시작해 지난해 15회까지 누적 462만여명이 방문하며 울산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관람객 10명 중 6명이 부산,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 방문하며 전국적인 축제로서의 면모를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주최 측은 올해도 16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특히 장미원에는 전국 최대 규모인 265종 300만 송이의 장미꽃이 심어져 있다고 하는데, 그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모양도 색깔도 가지각색이라 눈이 즐거웠다. 그 흔한 빨간 장미조차 일반적인 붉은 색은 물론 검붉거나 연붉은 색, 핑크색, 연한 핑크색 등 다채로운 모습을 자랑했다.
울산대공원, 울산과 SK이노베이션 ‘우정의 상징’
울산대공원은 SK이노베이션이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1020억원을 들여 조성하고 울산시에 기부 채납한 자연 친화적 도심 공원이다. 전체 면적은 약 364만㎡(110만평)로 뉴욕의 센트럴파크(약 340만㎡)보다 넓은 규모이며, 각종 테마정원, 생태여행관, 피크닉장 등 친환경 생태시설 위주로 꾸며졌다.
SK이노베이션이 울산대공원 조성에 나선 것은 “기업 이윤을 시민에게 되돌려주라”는 고(故) 최종현 SK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울산은 SK 그룹의 근간이자 성장 발전의 터전이 된 곳이기에, 울산에서 맺은 결실을 지역 사회에 온당하게 돌려주자는 취지였다.
SK는 지난 1968년 울산시 우정동에 울산직물을 설립하면서 울산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어 1974년에는 울산에 폴리에스테르 공장을 세웠고, 1980년에는 울산에 있던 유공(옛 대한석유공사)을 인수해 ‘섬유에서 석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이런 울산에 최종현 선대 회장은 “1년에 100억원씩 10년을 모아 세계적인 환경친화 공원을 짓겠다”고 대공원 조성을 약속했다. 회색빛 도심에 초대형 녹색공원을 조성해 울산시민들에게 문화공간을 제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1995년 울산시와 ‘울산대공원 조성 사업 수행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고 1997년 첫 삽을 떴다. 착공 직후 IMF 금융위기가 터지고, 최종현 회장이 타계하면서 사업이 전면 보류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최태원 SK 회장은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울산시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라며 공원 조성을 차질 없이 이어갔다.
울산대공원은 2002년 4월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1차 개장한 뒤, 2006년 4월 2차 개장하며 완성됐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대공원을 울산시에 무상으로 기부 채납했다. 국내 기업이 지역사회에 이처럼 대규모의 친환경 시민공원을 만들어 기부 채납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울산 시민들 역시 울산대공원을 선물한 SK에 물심양면의 도움을 줬다. SK가 지난 2003년 ‘소버린 사태‘로 어려움을 겪자 울산시와 울산상공회의소 등을 중심으로 SK 경영권 방어를 위한 ‘SK 주식 사주기 운동’을 벌인 것.
과거 뉴질랜드계 자산운용사 소버린은 당시 SK네트웍스 분식 회계 및 SK증권 관련 부당 내부 거래 등으로 급락한 SK 주식을 사들여 14.99%의 지분을 확보, 단일 최대 주주로 등극해 SK그룹의 경영권 장악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 2005년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한국을 떠났다. SK를 지키기 위한 울산 시민들의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울산대공원, 기업·지역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큰 의미”
울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입장에서도 울산대공원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증언도 나왔다. 대공원이 들어서며 울산이 친환경 생태도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음은 물론, 그저 일만 하고 가는 도시에서 정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라경림 SK에너지 CLX 대외협력실 차장은 “옛날에 어린이날 되면 다 통도 환타지아, 경주 도트락 월드 등으로 나가던 사람들이 다 여기(울산대공원)로 와서 정말 발 디딜 데가 없는 그런 상황이 돼 버렸다”라며 “울산대공원이 들어서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문화시설에 대한 혜택을 보게 되고, 거기에 눈이 뜨였다. 그 때부터 이제 힘을 받았다. 울산대공원이 친환경 생태도시로 가는 기폭제 역할을 했고, 시민들의 의식을 바꾸고 후속 추자를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이라고 회상했다.
정연용 울산시 녹지공원과장은 “조성이 될 당시인 1996년부터 2005년은 울산이 산업화가 되고 나서 수질 저하나 냄새 등 공해가 굉장히 심했던 시기였는데, 이 사업이 딱 되고 나서부터 나무 심기 사업, 태화강 국가정원 살리기 등 울산이 환경 도시로 나아가는 시발점이 됐다”라며 “SK는 우리 울산이 산업화를 일으키게 도왔던 중요한 기업이고, 지금도 울산의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울산대공원 장미축제는 ‘기업이 잘돼야 지역이 살아난다’는 울산시의 신념과, 회사의 발전에 변함없는 믿음과 지지를 보내준 지역사회를 향한 SK이노베이션의 고마움이 담긴 결과물인 셈이다.
지자체와 기업이 오랜 시간 지역 사회를 위한 상생협력을 지속해 온 사례는 흔치 않고, 덕분에 울산을 찾는 외부인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다른 지자체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 측의 설명.
정 과장은 “작년 장미원에 14만4000명이 다녀갔는데, 개막식에는 1만8700명이 다녀갔다. 그런데 올해는 개막식에 2만5400명이 다녀갔다. 작년보다 한 30%가 많은 셈이다. 그래서 올해는 예상컨대 한 16만명 이상이 됐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라며 “항상 우리 시와 SK가 이렇게 서로 협력하고 공존하면서 이 공동 사업을 통해서 그 지역이 발전해가는 모델을 계속적으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외에도 SK이노베이션은 울산대공원을 조성한 이후에도 울산 대표 휴식∙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장미축제를 비롯해 매년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울산대공원 남문 SK광장에서 ‘폴 인(Fall in) 울산대공원 콘서트’를 개최했으며, 지난 4월에는 남구 거주 독거 어르신을 울산대공원으로 초청해 ‘경로 효잔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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