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발행주식 대비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 중 실제 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주주환원에 한계가 있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의무화해야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사 중 발행주식 대비 자사주 비중이 30% 이상인 기업은 △일성아이에스(48.7%) △조광피혁(46.5%) △부국증권(42.7%) △텔코웨어(42.5%) △모토닉(34.4%) △SNT다이내믹스(32.6%) △롯데지주(32.5%) △전방(32.1%) △대한방직(31.8%) △영흥(31.4%) △제일연마(31.2%)로 총 11개였다.
기업공시채널 KIND(카인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들 11개 기업 중 최근 5년 내에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은 일성아이에스가 유일했다. 일성아이에스는 2019년 10월 19만주를 소각했다. 지난해말 기준 일성아이에스의 자기주식수는 648만4327주다.
이외 텔코웨어가 53만5905주(50억원), 제일연마가 10만주(6억96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올해 소각할 계획이라고 공시한 상황이다.
특히 △부국증권 △롯데지주 △전방 △대한방직 △제일연마 등의 경우 기간을 지난 2012년 이후로 늘려 잡아도 자사주를 소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또 △조광피혁 △전방 △대한방직 △영흥의 경우 올해 배당도 실시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주주환원으로 인정된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본격 시행을 예고하면서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으면 주가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오히려 경영권 방어 수단 등으로 활용돼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 될 수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우호적인 곳에 자사주를 처분하면 대주주 지분처럼 활용할 수 있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상장사의 주주총회 평균 출석 주식수가 전체 주식 대비 70% 내외라 대주주 지분과 자사주를 합쳐 30% 정도만 확보해도 과반수로 경영권을 공고히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사주 비중이 30%가 넘는 11개 기업들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 역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1분기 실적보고서 기준 이들 기업들의 평균 최대주주 지분은 34.3%였다. 자사주와 최대주주 지분을 합친 평균은 71.2%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발행주식수의 4분의1만 돼도 보통 결의가 가능하고 특별결의도 3분의1만 있으면 가능하다”며 “자사주와 대주주 지분이 70%를 넘어서면 실질적인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의무화해야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달 논평에서 국내 증시의 밸류업을 위해선 자사주 매입 후 3개월 내 소각을 모범정관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사주가 장부에 남아 있으면 주가 할인의 요소가 된다”며 “향후 매입분에 대해서는 3개월 내 소각을 모범정관에 도입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 11개 기업의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36배였다. 가장 높은 기업도 제일연마로 0.63배에 불과해 주가 저평가 상태였다. PBR은 기업의 주가가 순자산의 몇 배에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PBR이 1배 미만이면 기업이 당장 회사의 자산을 다 팔아도 시가총액보다 높다는 뜻으로 주가 저평가 상태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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