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 마디로 정리하면 ‘셈법이 복잡해졌다’죠. 주민동의율 비중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도, 60점이나 될 줄은 몰랐어요. 통합 재건축 취지는 좋지만, 단지 별로 처한 상황이 달라서 의견 대립이 만만찮을 겁니다. 이를 조율하다 보면 생각보다 속도가 더딜 수 있어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우성부동산중개사무소 이성일 대표)
국토교통부가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평가 항목과 세부사항을 공개하면서 분당신도시 재건축 단지 집주인들 사이에선 당혹스러운 기류가 역력하다. 정부가 약 한 달 전 동의율과 노후도 등 총 4개 기준을 언급하면서 이를 토대로 재건축 심사를 준비한 단지들이 많은데, 일부 기준이 누락되거나 달라졌다는 것이다.
현장에선 “셈법이 복잡해졌다”와 “기다려봐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분당신도시에서는 약 8000가구 규모가 선도지구로 선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 재건축 열기에 매수세 붙은 ‘분당’, 갑자기 공기 달라졌다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서현동 시범한양아파트. 수인분당선 서현역에서 AK플라자 옆 고가도로로 3분가량 걸으면 도착하는 역세권 단지다. 길을 따라 학원이 밀집한 상가가 있고, 단지 안에 고등학교가 있어 학령기 자녀를 둔 수요자 선호도가 높다. 총 2419가구 대단지다.
부동산 거래가 침체된 올 상반기에도 이 단지 매매 거래는 활발했다. 올 1월~5월(23일 기준)까지 총 31건이 거래돼 분당 아파트 매매 거래 순위 2위를 차지했다. 1위인 한솔마을주공4차가 전용 40㎡ 안팎의 소형 단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당에서 매수자가 가장 많이 붙은 아파트는 시범한양인 셈이다. 최근에는 재건축 기대감이 퍼지면서 매수세가 더욱 줄을 이었다.
이 단지는 1기 신도시 중 쟁탈전이 가장 치열한 분당신도시에서도 유력한 선정 후보로 꼽혔다. 맞은편 시범삼성한신(1781가구)과 남측에 있는 우성(1874가구), 현대(1695가구)까지, 이른바 ‘시범단지’로 불리는 단지들은 나란히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의 핵심 ‘선도지구’에 도전하기로 했다. 역세권인 데다, 평균 용적률 191%, 높은 대지지분이 강점이다.
그러나 선도지구 평가 항목과 기준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러한 특징을 반영할 항목이 없는 것. 게다가 이 단지는 국토부 발표 직전, 두 단지씩 정비사업을 하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현재도 주민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 놓였다. 일각에선 수일 전 분리를 결정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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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아파트 주민 A씨는 “우리 단지 장점을 십분 내세워도 선도지구 지정이 될까말까인데, 주민동의율만 높으면 된다는 느낌이라서 당황스럽다”고 했다.
다만, 현장에선 현 기준에 많은 의미를 두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석 1기신도시재건축연합회장은 “이 기준은 분당뿐 아니라 일산, 평촌 등 다른 1기 신도시 상황도 고려해서 나온 배점표”라며 “지자체가 조정 가능한 부분이 제법 있는 만큼, 일단은 정부가 추진 방향을 제시한 상황이라고 본다”고 했다.
■ 분당 재건축 단지 “당황스럽다”…매매세 움츠러들까
혼란스러운 분위기는 시범단지만의 일이 아니다. 정자역(수인분당선·신분당선)에서 약 1㎞ 거리에 있는 한솔마을(한일·LG·청구)은 선도지구를 위해 1개 단지를 더 포섭해야 하는 상황이다.
총 1872가구에 평균 용적률 173%, 가구 당 대지지분 66㎡(20.1평)으로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지만, ‘파급효과’ 배점을 다 받으려면 추가 파트너가 필요하다. 4개 단지가 모여, 총 3000가구를 이루면 20점을 받는다.
한솔마을 주민 김모씨는 “2022년부터 재건축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다른 단지와 달리 상가 동의율까지 받았고 현재는 신탁사를 정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저희 단지는 선도지구에 뽑히기만 하면 그냥 문제없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공개된 지정 기준이 예상 항목을 완전히 비껴나갔다는 지적도 나왔다. 분당신도시 주민 이모씨는 “국토교통부와 성남시 관계자 등을 통해서 신탁 방식으로 추진하면 가점을 준다는 말이 흘러나왔고, 이로 인해 분당 재건축 단지 설명회에는 신탁사들이 줄줄이 참여했다”면서 “그러나 지정 기준에서는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 매매 거래 ‘꿈틀’, 전월세 ‘반토막’
분당신도시 일대 아파트 거래량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지만, 전월세 시장은 다소 침체됐다는 평가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1~5월(23일 기준)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1048건으로, 지난해 하반기 1390건을 따라잡고 있다. 분당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021년 2760건에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2022년 1075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가, 2023년 3204건으로 늘었다.
전월세 거래량은 5년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10년간(2014년 이후) 분당의 전세 계약 건수는 9000건 아래로 내려간 적 없었으나, 올 상반기(1~5월)에는 3691건으로 집계됐다. 2배로 늘어나도 7000건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월세도 1899건으로 낮은 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3년 11월 98.3이던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2월부터 하락해 지난달 96.7로 내려왔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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