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스토리]에이미 리 아이씨(Aicy)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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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벤처붐’으로 불리던 벤처투자 호황기가 끝난 2022년 이후 많은 스타트업들이 재정 문제로 위기를 겪고 있다. 허리띠 동여매며 런웨이(생존시간)를 확보해 살아남았거나 인수합병(M&A) 또는 폐업으로 사라진 곳들도 많다.
그 과정에서 미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꼽히던 유망주들도 대거 무너졌다. 이들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고객을 끌어모으며 매출을 높였음에도 위기를 피해 가지 못한 것은 ‘비용 효율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만약 회사 내부 경영을 위한 회계, ‘관리회계’에 대한 경영자의 분석이 철저했다면 이 기업들의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믿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있다. 2022년 설립된
아이씨(Aicy)의 에이미 리(한국명 이봄) 대표다.
미국 관리회계사(US CMA) 출신인 그는 인공지능(AI)과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기반 재무관리 플랫폼을 개발했다. 외부 공시를 위해 공인회계사가 처리하는 ‘재무회계’가 아닌 경영자의 내부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관리회계’에 철저히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관리회계는 기업의 △수익성 △효율성 △안전성 △단기 생존성 △성장성 등 핵심 지표들을 숫자로 보여주며 현금흐름이나 재무 측면에서 경영을 어떻게 해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지표를 개선할 수 있을지 결정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경영자의 전략적 의사결정, 재무정보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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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대표는 “기업의 경영자는 이익 실현을 위해 언제나 의사결정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며 “감이나 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려면 기업의 정량적 지표, 바로 재무정보를 잘 알고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회계 관리가 아닌 1년에 한 번 법인세 납부를 위한 세무신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경영자들이 기업의 숫자 정보와 가까워질 수 있는 서비스로 아이씨를 설계했다.
리 대표는 “기업이 회계업무에 사용하는 기존 ERP(전사적자원관리) 프로그램으로 재무분석을 하려면 결국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며 “계정별 원장(계정별 거래내역을 기록한 장부)을 엑셀로 내려받은 뒤 재무팀장이나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엑셀에서 각종 수식을 넣어 분석 리포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도 많이 들고 비효율적인 데다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 중장기 분석을 해야 한다면 훨씬 힘든 작업이 될 것”이라며 “작은 기업에는 재무 담당자들의 몸값 자체도 부담이 크다”고 했다.
아이씨는 엑셀로 내려받은 계정별 원장을 올리면 AI가 자동으로 재무분석 리포트를 만들어 준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은 단 3분에 불과하다. 관련 비용도 사람과 비교하면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AI·RPA 기반 ‘원장복원기술’이 아이씨의 핵심 경쟁력이다. 이 기술은 각기 다른 회계 프로그램에서 받은 엑셀 데이터도 특정 규칙을 기반으로 아무런 가공 없이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국내 여러 ERP 기업들이 원장복원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아이씨 수준에는 도달한 곳이 없다는 설명이다. 리 대표는 “데이터를 추출하고 그래프를 그리고 보고서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엑셀 파일 업로드만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리 대표는 경영자가 의미 있는 의사결정을 하려면 매월 결산하고 한 달 단위로 계획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회계 프로그램은 경영자가 아니라 세금 신고용으로 사용된다.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결산은 경영 활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美 법인 설립, 프리시리즈A 투자유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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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씨는 구체적으로 △재무전략 수립과 경영 성과관리를 위한 ‘재무분석 AI 진단서’ △매출추이와 현금흐름 등 15가지 재무정보를 보여주는 ‘재무현황 시각화 보드’ △회계 기록에 있는 오류를 AI가 잡아주는 ‘데이터 에러 리포트’ 기능 등을 제공한다.
벤처캐피털(VC) 등 기관·개인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기업의 재무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재무진단서도 핵심 서비스다. 이는 인수합병(M&A)을 검토하는 기업에 있어서도 유용한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
아이씨를 이용하는 기업은 작은 스타트업부터 매출 1000억원대의 기업까지 다양하다. 리 대표는 “제조업, 콘텐츠 사업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고객사로 들어왔다. 규모가 있는 상장사들과도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마케팅 없이 인바운드로 고객이 유입됐다면 올해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세일즈를 통해 본격적으로 고객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연내 400곳 구독을 목표로 하고 있다. 400곳에 도달하면 손익분기점(BEP) 돌파도 가능하다.
오는 7월 중에는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진출에 나선다. 일련의 사업 확장을 위해 프리시리즈A 라운드 투자유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재무계 슬랙’ 목표, 기업의 AI CFO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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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리 대표가 재무분석 솔루션으로 사업에 나선 것은 기업의 ‘숫자’ 역시 기업이 걸어온 ‘역사’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창업자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리 대표는 “선배 창업자인 아버지께서 제게 ‘어차피 창업할 생각이라면 빨리 하라’고 하셨다. 심지어 대학을 중퇴하고 사업하는 것이 창업자로서 스펙을 완성시키는 것이라고도 하셨는데, 일단 휴학 상태로 창업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아이씨를 ‘재무계의 슬랙(Slack)’, 즉 기업들이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키우는 것이다.
특히 슬랙이 세계 1위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에 인수된 것처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기업과는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을 모색하는 엑싯 플랜도 구상하고 있다.
리 대표는 “기업의 재무 담당자들은 아직도 컴퓨터 앞에 앉아 엑셀 수식을 일일이 맞춰가며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며 “경영자가 기업의 재무정보를 스스로 소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아이씨가 ‘AI CFO’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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