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폐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22대 총선에서 국회 과반을 훌쩍 넘긴 171석을 차지하며 입법 주도권을 쥔 야당에서 종부세 개편을 언급하면서다. 이에 시장에서는 1주택자 종부세 폐지에 대한 기대감이 서울 강남 등 상급지 주택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폐지가 현실화되면 똘똘한 한 채 전략에 수요가 몰리면서 미리 주택을 선점하기 위한 갈아타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도 종부세 폐지에 대해서는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 구조 상 양극화 등 부작용이 심화할 수 있고 조세 저항 문제도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3일 정치권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주택자 종부세 폐지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실거주용 1주택자에 한해서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면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인터뷰를 통해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뜻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날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국민보고)에서 “지난 정부에서 집값이 폭등한 것은 부동산 시장 원리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며 “세금이란 것도 시장 질서를 왜곡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과돼야 한다”며 힘을 실었다.
종부세는 2005년 부동산 투기 억제 명목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제정됐다. 그러나 재산세와 중복되는 ‘이중과세’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집값 급등으로 투기와 상관없는 실거주 1주택자 상당수가 과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과도한 세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1주택자 종부세 기본 공제액을 12억원으로 올리고,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내리면서 지난해 1주택 종부세 과세 인원은 11만1000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과세 인원(41만2000명)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1주택자 종부세 폐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종부세 자체가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상당한 가운데 실수요자인 1주택자에 대해 이중부담을 가중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1주택자 종부세 폐지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면서 서울 주요 상급지에서는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똘똘한 한 채’를 선점하기 위한 갈아타기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보면,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1일 42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9월 매매가 39억4000만원 대비 3억원 넘게 오른 가격이다. 신현대12차 전용 182㎡도 지난 7일 75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3월 69억원에 팔린 사례와 비교하면 2개월 만에 6억원이 오른 셈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각종 보유세와 취득세 중과를 피해 ‘똘똘한 한 채’를 선택해야 한다면 서울이 가장 안전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1주택자 종부세 폐지 논의, 전셋값 인상 등 당분간 이런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완화 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입법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세 형평성과 주택 시장 양극화 같은 부작용을 대비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실거주 1주택자의 과도한 보유세 부담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면서도 “금액 기준 없이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를 면제할 경우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고, 조세 형평성 문제도 있는 만큼 집값이나 면적 기준을 추가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주택 종부세 폐지가 시행되더라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준석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보유세를 폐지하는 방향이 맞다”면서 “다만 1주택자의 경우 납부 대상이 적고 이미 감면 혜택들이 있는 상황이라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자 기준 완화, 양도세, 취득세 등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시장 안정에 더 도움이 되는 규제 완화들이 먼저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