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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미달에 할인분양도 ‘눈치’…쌓이는 미분양, 해결책은 ‘안갯속’

데일리안 조회수  

대형건설사 브랜드 단지도 외면…청약미달 속출

지방 악성 미분양 증가세, 건설사 금융혜택까지 내세워

할인분양에 기존 수분양자들 ‘발끈’…“취득세·양도세 감면해야”

지방 청약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데일리안DB

지방 청약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신규 분양 단지의 청약 성적은 저조하고 쌓인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도 버거운 모습이다.

일명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할인분양까지 내세우고 있으나, 수분양자들이 크게 반발해 갈등만 키우고 있다.

24일 직방에 따르면 올 4월까지 전국에선 99개 단지가 1순위 청약 접수를 진행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52개 단지가 청약 미달됐다. 이들 52개 단지 중 36개 단지는 지방에서 공급됐다. 청약 성적이 저조한 지역으로는 ▲울산(0.2대 1) ▲강원(0.2대 1) ▲대전(0.4대 1) ▲경남(0.4대 1) ▲부산(0.8대 1) 등이 꼽혔다.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대형건설사의 브랜드 단지에서도 청약 미달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 수성구 ‘힐스테이트 황금역 리저브’는 328가구를 대상으로 1순위 청약을 진행했으나 296건만 접수돼 0.9대 1로 미달됐다. 2순위 청약까지 마감한 결과, 1.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전 서구 ‘힐스테이트 가장더퍼스트’는 2순위 청약까지 진행했으나 70㎡(210가구)에서 19건, 79㎡A(606가구)에서 152건, 79㎡B(88가구)에서 57건이 각각 미달된 채 마무리됐다. 이보다 앞서 대전 중구에서 공급된 ‘문화자이 SK뷰’는 9개 주택형 가운데 1개 타입만 빼고 모두 미달돼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총 1052가구 모집에 599건의 청약통장만 접수됐다.

이처럼 분양시장 불황이 지속되면서 건설사들의 미분양 물량 해소도 더딘 걸음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4964가구로 한 달 전보다 0.1%(90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째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지방에 전체 미분양의 81.6%인 5만2987가구가 집중됐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1만2194가구로 한 달 전 대비 2.8%(327가구) 늘었다. 수도권(2261가구)은 한 달 전보다 1.1% 줄어든 반면, 지방(9933가구)은 같은 기준 3.7% 확대됐다.

적체된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해 건설사들은 할인분양 등 파격적인 혜택까지 내세우고 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지난 2021년 3월 분양한 대구 동구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는 준공 후 1년이 넘었으나 전체 가구의 15%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이에 시행을 맡은 호반산업은 올 초 미분양 물량 20~30여가구에 한해 최대 9000만원 할인 및 5년 뒤 잔금 납부 등 혜택을 내세웠으나, 기존 입주민들의 반발로 보류됐다. 입주민들이 할인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의 입주를 막거나 대거 시위를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해서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한 대구 수성구 ‘빌리브 헤리티지’는 분양률이 20%를 밑돌면서 잔여 물량이 결국 공매로 넘어갔다. 이후 이들 물량은 분양가보다 3억~4억원 낮은 금액에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 이에 입주민들은 단지에 철조망을 치고 경계를 서며 할인분양 입주자들의 입주를 막아서고 있다.

향후 집값이 오르면 할인 분양받은 입주민들은 그만큼 더 많은 차익을 남길 수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분양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아파트의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등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지방 분양시장 침체가 심한 데다 적체된 물량을 모두 털어내려면 상당 시간이 필요한 만큼 보다 파격적인 혜택이 마련돼야 한단 견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미분양 문제를 빨리 해소하기 위해선 취득세 감면과 양도소득세 감면밖에 없는데 여소야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기존 분양받은 사람들이 반발하는 건 어떻게 보면 집단 이기주의다. 물건을 사는 시점에 따라 당연히 가격이 다를 수 있는데 집이다 보니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부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기존 분양자들의 계약을 변경해주는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문제를 키우지 않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지방 건설사들의 현금흐름을 고려하면 여의치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일리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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