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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감사원으로부터 시정 조치를 요구받은 퇴직자단체 특혜사업 계약 방식 개선조치를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 한전은 감사원의 지적에 계약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면서도 후속조치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산업계에 포진한 한전 출신들의 입김에 한전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감사원은 한전이 퇴직자단체 자회사와 30년 가까이 맺어온 섬 발전소 위탁운영 수의계약 특혜 문제를 지적했다. 섬 발전 운영비는 국민들이 부담하는 준조세인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원하고 있어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23일 아시아투데이 취재 결과 한전은 퇴직자 단체인 한국전력전우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JBC와 도서 지역 발전소 운영 계약 종료를 올해 3차례 연기했다.
한전은 JBC와 수의계약이 특혜라는 지난해 감사원 지적과 법원의 불법 파견 판단 등에 따라 지난 1월 JBC에 2월 29일부로 도서 전력설비 위탁운영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후 공문을 세 차례 다시 보내 종료 시일을 5월말, 6월말, 7월말로 연기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감사 보고서를 통해 한전에 도서 전력설비 위탁운영 용역 계약을 수의계약에서 권역별 경쟁계약 방식으로 개선하라고 통보했다. 퇴직자단체 자회사와 수의계약으로 인한 특혜 가능성을 차단하라는 조치였다. 실제로 JBC 전현직 임원 다수는 한전 퇴직자 출신으로, 이 회사의 총계약액은 2022년까지 9400억원에 달한다.
공기업 등 계약사무규칙에 따르면 공기업·준정부기관이 계약 체결 시 일반경쟁에 부치는 것이 원칙이다. 퇴직자단체 자회사와는 수의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계약 희망자에 균등한 기회 보장과 가격 경쟁에 따른 예산 절감을 유도하며 퇴직자단체 자회사와 수의계약 등 특혜를 막기 위한 목적이다.
특히 지난해 6월 JBC 소속 노동자들이 한전 직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노동자들을 직고용해야 하는 것도 계약 방식 변경을 미루는 이유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광주지법 민사11부(재판장 유상호)는 JBC 노동자 145명이 한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파견근로자 보호법에 따라 하청 노동자들이 한전 직원 지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한전이 감사원과 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특혜성 계약을 이어가는 데 대해 사회적 비판이 제기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전은 퇴직자 단체와 특혜성 수의계약 운영을 조속히 종료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전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과 법원 판결에 따라 도서발전 위탁운영 계약을 어떤 방식으로 변경할지 관계기관과 검토 중이다. 그래서 JBC와 종료 계약이 계속 연기됐다”며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 등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전력전우회는 JBC를 통해 배당 수익도 보장받고 있다. JBC의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82억원과 31억원으로 당시 JBC는 한국전력전우회에 18억8000만원을 배당했다. 이는 2021년 배당금과 같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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