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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금리 왜곡시키는 주관사의 캡티브 영업… 금감원, 현황 파악은 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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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자본시장(DCM)에서 발행 주관을 따내기 위해 일상적으로 벌이는 ‘캡티브 영업’이 회사채 금리를 왜곡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감독원이 현황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당장 개선안을 내놓진 않을 전망이다. 캡티브 영업이란 발행사(상장사·비상장사)가 회사채를 발행할 때 증권사가 자사는 물론 계열 금융사를 동원해 해당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을 약속하는 행위다.

이 영업 방식이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채권 시장이 경색됐을 땐 주관사가 물량을 떠안는 역할을 하기도 해서다. 회사채 금리, 즉 가격이 결정되는 데에 캡티브 영업이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먼저 파악돼야 금감원이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24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일부 증권사를 상대로 회사채 수요 예측 관련 자료를 제출받았다. 증권업계에서 캡티브 영업에 대한 불만이 날로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DCM 업계 관계자들은 캡티브 영업으로 금리가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신용 수준임에도, 과열 경쟁으로 금리가 낮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채 발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발행사가 회사채 발행 업무를 담당할 증권사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면, 주관사는 해당 채권을 사고 싶은 투자자가 있는지 조사한다. 이 과정을 수요 예측이라고 하는데, 투자자가 몰려 발행사가 발행하려는 목표 금액을 초과하면 채권의 금리는 낮아진다. 반대로 사겠다는 투자자가 없으면 채권 금리가 높아진다.

회사채는 나중에 갚아야 할 돈이라서 발행사는 최대한 낮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하고 싶은데, 이 점을 파고든 게 캡티브다. 증권사는 회사채 발행 업무를 수임해 수수료를 벌기 위해 발행사에 자사는 물론 계열사까지 수요 예측에 참여하겠다고 약속한다. 증권사와 그 계열사가 참여하면서 회사채 경쟁률이 높아지고, 이들이 주문을 내는 금리도 낮은 수준이어서 최종 회사채 금리가 발행사에 유리하게 결정된다.

2022년까진 완전 경쟁 시장이었으나 지난해부터 특정 증권사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캡티브 영업을 시작하면서 이 방식이 현재는 여러 증권사로 번졌다. 업계에선 복수의 증권사가 캡티브 영업으로 한 해에 수천억원씩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니 일부 증권사는 주관사만이라도 수요 예측 참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발행사가 증권사와 사전에 담합해 ‘주관사로 끼워줄 테니 금리를 낮게 써달라’라고 장난치는, 자본시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지금이야 회사채 금리가 내려와서 괜찮지만 금리가 오를 경우 다 같이 죽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제2의 채권형 랩어카운트(랩)·특정금전신탁(신탁) 사태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캡티브 영업 역시 채권 시장에서 불법의 온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랩·신탁은 증권사가 고객의 계좌를 직접 운용하는 단기 상품이다. 고객이 돈을 찾을 경우를 대비해 증권사는 단기 채권으로 계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장기 채권을 담았다가 2022년 급격한 금리 인상 시기에 사고가 났다.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사태가 터지면서 채권 거래가 사실상 정지돼 증권사가 고객에게 돈을 주지 못하게 되면서다. 당시 여러 증권사가 고객의 계좌를 돌려막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뉴스1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뉴스1

이같은 부작용에도 금감원이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영업 방식의 이점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땐 증권사의 캡티브 영업이 곧 채권의 수요 창출이기도 하다. 증권사와 그 계열사의 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주관사와 계열사가 투자할 수 있다는 관련 규정도 있다.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는 계열 증권사가 인수하는 회사채(신용등급 AA-등급)의 발행 규모 중 30% 이하를 매수할 수 있다. 증권사의 계열 운용사가 이 규정을 어기지 않는 이상 금감원이 지적하긴 어려운 것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나서려면 캡티브 영업이 회사채 금리를 확실하게 왜곡했다는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도출하기도 쉽지 않다. 시장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어 주관사가 그 계열사와 함께 수요 예측에 참여한 것만으로 금리가 얼마나 낮아졌는지 파악하기 까다로워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캡티브 영업으로 시장에서 얘기가 나오는 상황은 인지하고 있다”며 “회사채 수요 예측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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