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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긴 대기줄에 속 터지는데… 부자 특화 지점만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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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홍승연(가명)씨는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평일 오후 3시 반쯤 서울시 종로에 위치한 KB국민은행 A지점을 방문했다. 홍씨가 방문한 시간은 영업 종료 30분 전이었음에도 대기자가 20명이 넘어갔다. 지점 내에는 ‘지점 바쁜 날·바쁜 시간’ 안내문까지 붙어 있었다. 은행 보안직원은 “지금 번호표를 뽑아도 오늘 안에 업무를 못본다”며 대기를 만류했고, 결국 홍씨는 발길을 돌렸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업무 확대를 이유로 지점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반면 부자고객을 대상으로 한 특화 점포 신설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고액자산가를 위한 자산관리(WM) 센터부터 기업금융을 위한 점포까지, 오프라인 채널도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로 운영한다는 전략이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내 위치한 KB국민은행 A지점 내 비치된 안내문. 지점 바쁜 날·바쁜 시간이 기재돼 있다. / 김경아 기자
서울특별시 종로구 내 위치한 KB국민은행 A지점 내 비치된 안내문. 지점 바쁜 날·바쁜 시간이 기재돼 있다. / 김경아 기자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WM(자산관리)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PB센터 ‘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반포센터’를 신설했다. 또, 10년 만에 인천공항 입점권을 획득함에 따라 올해 1월 인천국제공항에 각 1개의 지점·출장소를 개설하기도 했다.

우리은행도 특화지점 신설에 나섰다. 올해 1월 부산에 투체어스 W PB센터를, 3월에는 광화문에 외국인투자센터를 열었다. 지난달에는 기업금융 전문 채널인 비즈(BIZ)프라임센터를 추가 출점했다. 하나은행도 올해 서울 여의도에 PB센터를 신설한 바 있다.

이처럼 최근 시중은행이 개설하는 WM센터 등 특화 점포는 고액자산가 등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일반 영업점과는 운영 목적과 성격이 다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특화점포 개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거라 일반 영업점 신설과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오프라인 영업점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영업점(출장소 포함) 13개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지점을 없앤 곳은 우리은행이다. 지난 3월에만 주요 입지인 강남역, 남부터미널, 논현중앙 등 13곳의 지점을 통폐합했다. 오는 7월에는 을지로, 상암동, 창동역 등 지점 21곳을 추가로 통폐합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일반 지점 1개를 신설했지만, 총 7개 지점을 통폐합한 것으로 집계됐다. 7월에도 서울 보문동지점을 인근에 있는 돈암동지점과 통합 운영할 예정이다.

시중은행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점주권 손익 등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건비나 판관비, 매출, 주변 상권 등을 고려해 각 영업점을 평가한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많이 찾아올 것 같은 곳에 영업점을 먼저 신설해 선점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면서도 “이에 맞춰 기존 영업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통폐합 할 것인지가 최근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지점 축소를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 불편뿐 아니라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저하된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당국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영업점 축소에 따른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22년부터 시니어 고객을 위한 이동 점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신한은행, BNK부산은행 등과 함께 공동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기기를 활용해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화상상담 기반 무인점포 ‘ 디지털익스프레스’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영업점을 철수한 지역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위주로 개설, 전국에 총 10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연내 33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IT조선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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