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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연금 비상]③ 연금보험, 같은 조건인데 홍콩 보험사 2배 더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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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구직활동을 하는 모습. /뉴스1
어르신들이 구직활동을 하는 모습. /뉴스1

올해 들어 보험사들이 연금보험의 이자율(공시이율)을 낮추고 있다. 이자율이 낮아지면 앞으로 받게 될 연금액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삼성생명의 이달 연금보험 이자율은 2.8%로 지난 1월(3.02%)과 비교해 0.22%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은 2.8%에서 2.77%로, 교보생명은 3%에서 2.85%로 낮췄다. 은행 예·적금보다 못한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미국에서 개인연금(Annuity) 판매 실적 1위를 기록한 보험사 아테네는 마이가(MYGA)의 7년 만기 이자율을 2021년 2%에서 2022년 5%, 2023년 최대 6%까지 인상했다. 올해는 5.4%다. 마이가는 고정연금(Fixed Annuity)의 한 종류로 일정 기간 확정된 이자율을 제공하는 연금 상품이다. 은퇴를 앞둔 사람이 예·적금 또는 양도성예금증서(CD)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마이가 이자율은 판매하는 보험사마다 다른데, 이달 기준 대부분이 5% 이상이다.

이러한 수익률 격차는 보험사의 역량과 의지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국민이 맡긴 노후자금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금저축보험과 연금보험, 변액연금보험의 수익률은 1~2% 수준으로 있어 물가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인 직장인이 풍족한 노후를 위해 투자할 만한 보험 상품이 전멸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인 연금보험 중 가장 높은 이자율을 주는 곳은 IBK연금보험이다. 보험 가입 후부터 20년까지 연 단리 8%, 이후부터 단리 5%가 제공된다. 30세 남성이 매월 100만원씩 10년 동안 납입하면, 65세 이후부터 매년 181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조선비즈가 해외 보험 설계사로부터 제공받은 홍콩 보험사의 연금보험 설계안을 보면, 같은 조건으로 가입했을 때 매년 3900만원을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다. 똑같은 돈을 내고도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2배 이상 차이 난다. 한국의 개인연금 소득대체율은 9%로 국제기구 권고안(10~15%)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말 발표된 글로벌 연금지수를 보면, 한국은 47개국 중 42위에 위치해 홍콩(21위)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해외는 연금보험을 원금 손실 없이 장기적으로 국고채 이상의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상품으로 이해하고 있다. 대부분 보험사 홈페이지에도 연금보험은 투자(Investment) 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반면 한국은 노년에 자산이 남아있지 않거나 100세까지 생존하는 ‘장수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상품에 한정돼 있다. 국내 보험업계 관계자들조차 “보험의 본질은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으로 재테크 목적으로 접근하긴 어렵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이는 국내 보험사의 역량과 의지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로 주식·펀드·부동산·채권 등에 투자해 나온 수익금 일부를 고객에게 연금액으로 적립한다. 보험사가 얼마나 많은 실적을 내느냐에 따라 고객의 연금액이 달라지는 것이다. 해외 보험사들은 이자율을 높이며 고객 사로잡기에 나서는 반면, 국내 보험사들은 연금보험이 새 회계기준(IFRS17)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판매를 꺼리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는 소식에도 연금보험 수익률이 저조한 이유다.

국내 보험사들도 1970~1980년대 확정이율 12%가 넘는 연금보험을 판매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저금리 시대가 시작하면서 당시 판매했던 상품에 역마진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고객에게 기존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해지하고 변동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후부터 현재까지 해외에서 주로 판매되는 유배당 보험은 전멸했고, 고금리 상품마저 씨가 말랐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험사의 연금보험이 국민연금 수익률보다도 낮다는 건 문제가 있다”라며 “보험사의 (자산)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인데, 안전한 국채 위주로 투자하기보단 다소 공격적으로 투자 대상을 발굴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연금보험에 대한 수요가 많다 보니 보험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있다”라며 “증시 여건 등의 차이가 수익률 차이를 만들고 있다”라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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