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동력으로 해외진출에 나섰던 카드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일찌감치 베트남 시장 선점에 나섰던 신한카드와 롯데카드 얘기다. 고금리 장기화로 베트남 현지 상황이 악화한 영향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한카드와 롯데카드 베트남 현지법인은 각각 52억원, 3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신한카드 베트남 현지 법인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는 지난해 44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세로 돌아선 뒤 지난 1분기에만 52억6900만원의 손순실을 냈다. 이에 SVFC 순자산 규모는 지난해 1309억원에서 1264억원으로 감소했다.
2019년 신한카드 자회사로 최종 편입된 SVFC는 호치민, 하노이 등 대도시 위주의 우량 고객군 대상 신용대출 상품을 운영 중이다. 2019년 183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이후 ▲2020년 227억원 ▲2021년 65억원 ▲2022년 173억원 등 꾸준히 흑자를 냈다. 국내 여신금융전문사의 대표적인 해외진출 성공사례로 꼽혔다.
그러다 지난해 현지 경기침체로 인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그간 베트남 경제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으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 탓에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베트남 공상부 ‘산업생산·무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베트남 교액액은 신규 주문 감소 영향으로 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수주 감소로 공장 가동률도 하락했다. 베트남 연간국내총생산(GDP) 중 2차 산업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현지 고객의 상환능력 저하로 대손비용률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카드 베트남 현지법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8년 출범 이후 꾸준히 적자 기록 중이다.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2019년(77억원) ▲2020년(167억원) ▲2021년(131억원) ▲2022년(101억원) ▲2023년(124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948억원이던 부채는 2072억원으로 늘어났다.
롯데카드는 2018년 3월 베트남 ‘테크콤 파이낸스’지분을 100% 인수하면서 국내 카드사 최초로 베트남 소비자금융 및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롯데 파이낸스 베트남’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12월 사업을 시작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와 제휴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운영 중이다. 아울러 현지 이머커스 2위 사업자 티키(Tiki), 잘로페이와 업무제휴를 맺고 BNPL(선구매 후결제)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사업 규모를 늘리고 있다.
양사는 상반기 이후 베트남 현지법인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며 고삐를 쥐겠다는 분위기다. 베트남 올해 상반기 GDP가 5.66% 증가하면서 1분기 성장률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베트남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올해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는 만큼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취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천영일 SVFC 법인장을 새롭게 영입, 현지 금융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천영일 법인장은 2014년 설립된 신한카드 첫 해외법인 신한파이낸스(카자흐스탄)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말 289억원이던 신한파이낸스 자산을 지난해 3분기 1094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천영일 법인장이 이끄는 SVFC는 최근 미쓰이스미모토은행, 우리은행과 2년물 신디케이트론(공동 대출) 약정을 맺었다. 현지 법인 사업성을 인정받아 550억원 규모 차입이 이뤄졌다는 것이 신한카드측 설명이다.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마련된 운영자금은 베트남 소매금융 사업 확대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본사 지원 토대가 아닌 SVFC가 이뤄낸 성과인 만큼 독자 자생력을 인정받은 사례”라며 “향후 현지 고객 분석이나 대출 정교화 등을 통해 상반기 중에는 영업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도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롯데카드는 지난 3월29일 이사회를 열고 베트남 현지 법인에 대한 해외 직접투자를 승인했다. 지난 2일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에 약 937억원 규모의 증자 대금 입금을 완료했다. 2018년 베트남 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투자금은 사업구조 개편 기반 마련, 영업자산 확대에 따른 운영자금 등 안정적인 성장 여력을 확보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롯데카드는 “베트남 사업이 지속 성장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화됐다는 평가에 따라 베트남 시장에서의 사업 확장을 본격화한다는 의미”라며 안정된 사업구조 기반으로 베트남 내에서 존재감 있는 파이낸스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베트남 시장 성장성에 대해 높게 평가하면서도, 신흥시장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베트남은 아직 금융인프라가 활성화되지 않은 만큼 현지인들의 연체이력 등 데이터 관리 고도화가 추가로 필요한 곳”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금융비용이 증가하면서 베트남 현지인들의 상환여력도 떨어졌을테니 현지 시장 연체율 관리를 비롯해 신용판매 사업 이외의 수익 다각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IT조선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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