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업계 투자 위축에 의료공백 장기화까지 겹치며 임상시험수탁(CRO) 업체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바이오벤처들의 새로운 파이프라인 개발은 물론 의료기관도 임상 시험에 나서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CRO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며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상장 CRO 8곳 중 씨엔알리서치와 드림씨아이에스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급감했다. 코아스템켐온은 같은 기간 122억 9400만 원에서 83억 9400만 원으로 32% 줄었다. 바이오톡스텍은 79억 5500만 원에서 75억 7800만 원(-5%), HLB바이오스텝은 90억 3500만 원에서 69억5700만 원(-23%), 디티앤씨알오는 104억 6600만 원에서 65억 7900만 원(-23%), ADM코리아는 36억 700만원 에서 26억 5700만 원(-26%) 등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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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의 매출 감소는 의료공백 장기화와 바이오업계 투자 위축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 CRO업체 대표는 “의료 공백으로 병원에서 임상이 쉽지 않다 보니 대형 제약사들이 임상 개시를 미루고 있다” 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중간에 멈췄을 때 수주 건수가 크게 줄며 어려움이 있었는데 지금이 더 힘든 시기인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CRO업체 관계자도 “바이오 투자가 위축되면서 기존에 임상을 진행하던 고객사 중 임상을 중단하거나 대금을 주지 못하는 곳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임상은 보류가 없다 보니 곧장 대손충당금으로 잡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CRO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준환 한국임상CRO협회장은 “다국적 제약사를 고객으로 하는 글로벌CRO는 따로 시장이 있어 그나마 영향이 덜하다” 면서도 “혹한기가 길어지며 국내 CRO 중에는 사업 정리를 고심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ADM코리아는 지난 3월 현대바이오에 회사를 매각했다.
의약품안전나라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진행 중인 임상 시험은 총 40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6건과 비교해 7.6% 감소했다. 통상 등록까지 6개월의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피해는 아직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 협회장은 “정부가 의정 갈등 여파 속에 경색되고 있는 바이오 산업도 살폈으면 한다”며 “K-바이오·백신 펀드 등의 집행을 통해 바이오 업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조치가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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