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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계 최대 반도체클러스터 건설을 위해 총 26조원을 들여 금융 지원에 나서고, 용수와 도로·전력 등 인프라를 책임지겠다고 공언하자 삼성과 SK가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마침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고 계획한 투자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란 입장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 지원이 ‘부자 감세’ 아니냐는 일부 비판에 대해 전문가들은 천문학적 투자가 들어가는 반도체산업을 떠올리면 결코 큰 돈이 아니고, 또 큰 기업만을 위해 쓰이는 것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23일 정부의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이 발표되자 SK하이닉스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정부의 이번 지원 정책은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 대한민국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이에 힘입어 계획한 투자들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며, 국내 안정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에도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위상이 커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부탁한다”고도 했다.
삼성전자는 별도의 공식 메시지를 내진 않았지만 같은 맥락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지원 정책은 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 제고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용수·도로등 인프라를 국가가 책임지고 조성겠다고한 정부의 발표는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이를 계기로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산업 지원이 ‘부자 감세’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국민들은 정부가 정책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고 하는 걸 재벌이랑 엮으면 안된다”며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싸우고 있는 상황을 넓게 봐야한다”고 일침했다.
박 명예교수는 “엔비디아 등 10년 전까지만 해도 조그만했던 기업들이 커져있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재벌 시스템이 아니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며 “반도체처럼 큰 자본이나 기술이 들어가는 사업에서 재벌이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26조원이 결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한 지원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삼성과 SK가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에 영세한 국내 소부장업체들에 직접적인 금융지원을 해서 기술·시설 투자를 하도록 돕고, 한국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SK에는 직접적인 금융 지원보다는 오히려 전력·용수 등 인프라를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도록 속도감을 붙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TSMC가 1년만에 공장을 올린 것처럼 한국도 정부에서 국가산단을 국토부를 통해 빨리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반도체사업지원 정책에 대해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박영준 명예교수는 “이번 정책은 좋은 시너지”라고 말했다. 이어 “대만 등 해외에선 국가적으로 반도체에 명운을 걸고 있다”며 “외국이랑 비슷한 수준으로 한국도 빨리 지원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김형준 사업단장도 “그간 반도체 하는 사람 입장에선 미국·일본 등 다 보조금을 주는데 우리는 왜 안 주냐고 건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박 명예교수는 “26조원, 큰 돈이 절대 아니다”며 “팹 하나 만드는 데 20조원 들어가는데 지난 20년간 연구비가 반도체 쪽에 없었고 오히려 바이오 등 다른 분야로 많이 갔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늦었다는 생각도 든다”며 “반도체 사업에 있어서 한국은 강자가 아니며, 오히려 위기”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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