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방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연체차주 수가 5대 시중은행의 관련 대출 연체차주 수를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가계신용대출 계좌수와 잔액규모가 지방은행 대비 월등히 높은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은행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지역민에 대한 신용대출 문턱이 비교적 낮다. 아울러 해당 차주들이 시중은행 차주들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가파른 경기침체와 맞물려 연체 수치가 급증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나이스신용평가 ‘부동산 PF에 가려진 또 다른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가계신용대출 연체차주는 전년 말 대비 2500여 명 감소했지만, 지방은행(경남, 광주, 대구, 부산, 전북)은 8200여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지방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연체차주는 1만8000여 명 수준으로 5대 시중은행(1만6000명)을 상회했다.
같은 기간 지방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연체율과 연체잔액도 상승 추이를 보였다. 2019년 말 이후 하향 추세를 보이던 지방은행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1년(0.55%)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 2022년 말 1.06%, 지난해 1.53%를 기록했다. 연체잔액은 최근 2년간 연평균 약 73% 수준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관련 연체율(0.24%)과 연체잔액(2512억원)이 전년대비 각각 0.04%포인트, 739억원 감소한 것과 상반되는 흐름이다.
금융권은 고금리가 지속되고 경기회복 지연 등 부정적 대내외 요인이 가중되면서, 특히 지방권의 연체차주와 연체율이 크게 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차주신용도가 5대 시중은행 대비 다소 낮고, 최근 지역경기 저하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 코로나 정국 이후 정책성 지원자금 등의 일환으로 해당 차주들에 대한 과잉 대출이 실행됐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잠재부실이 최근 연체 수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지방은행에 대한 신용대출 건전성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지방은행의 개인신용대출 관련 부담요인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방은행이 지역의 민생금융지원 핵심 역할을 담당해온 가운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따른 순이자마진 하락과 대손비용 상승 등으로 지방은행의 여력이 점차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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