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고자 중국과 대만 이외 지역에서 부품을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다만 저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기존 공급망을 대체하는 것이어서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3일 닛케이아시아는 부품업체 임원 6명의 발언을 인용해 “테슬라가 차량용 회로기판이나 디스플레이 등 부품을 중국과 대만 외 지역에서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제품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저가로 공급할 여력을 갖춘 중국과 대만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부품을 주로 받아왔다.
일례로 테슬라가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쓰이는 광물 공급 국가 가운데 중국은 2023년 8월 기준 39% 비율을 차지한다.
철강과 화학 소재 부품도 중국 업체들에 각각 40%와 33% 높은 의존을 보이는데 테슬라가 이를 낮추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다.
중국과 대만에서 공급 비율을 줄이려는 배경으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제시됐다.
반중 성향으로 알려진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최근 취임해 중국과 대만 사이 양안관계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군은 23일 대만 섬을 포위하는 형태의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하기도 했다.
닛케이아시아는 “테슬라가 중화권 지역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공급망 다변화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국과 대만에 갖춰진 공급망이 비용 절감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보니 테슬라가 이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 중장기적으로 비용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만 소재 부품사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은 이미 성숙한 공급망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테슬라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로 테슬라도 1분기 판매량이 크게 하락했는데 공급망 비용 증가라는 부담을 이중으로 안게 됐다.
중국의 전기차 경쟁사인 BYD가 3천만 원 미만대의 보급형 전기차를 유럽 등에 출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공급망 관련해 비용이 늘어날 상황에 놓인 셈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제조 초창기부터 비용 저감을 위해 중국 공급사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부품을 중저가로 납품할 능력을 지녀 테슬라는 새로운 공장을 신설할 때 아예 중국과 대만 부품업체들을 함께 데려가 공급망을 통째로 이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는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에 기가팩토리를 준비하면서 기존 상하이 기가팩토리에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들을 직접 초청했다.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인 자동차 연구 센터(CAR)의 벤타케시 프라사드 연구 책임자는 “중국 지역 공급망은 고도로 조직화 돼 있어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테슬라의 공급망 다변화가 당장 중국 내 사업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분기 콘퍼런스콜 직후 중국을 직접 방문해 자율주행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성격의 허가를 받은 점이 이런 분석의 근거로 꼽힌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에서 테슬라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라는 영향력을 행사해 중국과 대만 공급망에서 벗어나는 일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전쟁이 고조되다 보니 테슬라와 같은 자국 기업을 중국 공급망에서 분리, 즉 ‘디커플링’ 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마크 워너 상원위원은 “일론 머스크는 상하이에 있는 공장을 포함해 중국에 재정 정보 노출도가 크다”라고 보고 있다.
결국 테슬라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대만 사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회피하려 하다 보니 공급망 다변화라는 과제를 안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가 공급망 거점 이전을 추진하면서 한국 부품사들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닛케이아시아는 테슬라가 한국과 일본 등 다른 아시아 부품 공급업체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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