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당이 제안했던 ‘소득대체율 44%’ 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영수회담까지 제안했지만 실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제안은 정치적 압박에 불과하다”며 제22대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하자고 한 것의 연장선이다. 윤 대통령은 9일 열린 취임2주년 기자회견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조급하게 하기보다 (22대 국회에서) 좀 더 충실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영수회담이 진행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남은 일정이 촉박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6일부터 27일까지 4년 5개월 만에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주재해야 한다. 연금개혁안이 28일 본회의에 오르기 위해서는 사실상 오늘·내일 중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나야 하는 셈이다. 28일과 29일에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방한한다. 이에 대한 준비도 사전에 필요한 상황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첫 영수회담도 갖은 신경전 끝에 성사됐다”며 “당장 하루이틀 만에 진행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대표의 주장은 본회의 강행 명분을 쌓으려는 정략”이라며 “연금개혁은 22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원 포인트 영수회담’을 꺼낸 배경 자체도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대로라면 민주당은 연금개혁을 하려고 했는데 여당이 발목을 잡은 꼴이 된다. 연금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중 하나여서 이 대표의 요구를 무작정 거절하기 어렵다는 점을 활용해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모수개혁만으로는 연금개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보험료만이라도 빨리 합의해야 한다는 이들이 있는 반면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4%를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재정안정론을 강조하는 학자들은 소득대체율을 현재 수준보다 높이는 연금개혁을 하기보다 22대 국회에서 재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등이 주도하는 연금연구회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은) 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며 “21대 국회에 주어졌던 연금개혁의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을 인정할 때”라고 지적했다.
만약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논의가 극적으로 부활할 경우 여야는 소득대체율 43%~45% 사이에서 절충안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보험료율 13%로의 인상은 양측이 합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양측 이견이 2%포인트밖에 되지 않아 여당(43%)과 야당(45%)의 중간선인 44%에 합의해서라도 21대 국회 임기 내에 연금개혁을 마무리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2%로 매년 0.5%포인트씩 줄어 2028년 40%가 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연금특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은 2041년께 적자 전환해 2055년 완전히 고갈된다. 2093년까지 쌓이는 누적 적자 규모는 2경 1656조 원에 달한다. 국민의힘 안대로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3%로 조정하면 수지적자 시점은 2048년, 소진 시점은 2064년으로 늘어난다. 누적 적자는 4318조 원 감소할 전망이다. 민주당안대로 소득대체울을 45%로 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2047년에 적자 전환해 2063년 고갈된다. 누적적자는 2766조 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여야 안 사이 어디서 절충점을 찾아도 지금보다 재정 여건은 나아지는 셈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