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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로 묶었다. 11회 연속 동결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전망의 상방 압력이 커졌다며 하반기 기대됐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기로 했다. 금통위원 전원 일치다.
이 총재는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상방 리스크가 커진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4월보다 훨씬 커진 상황”이라며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의 긴축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3개월 이내에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란 점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본인을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한 명은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나머지 다섯 명은 3개월 후에도 연 3.50%의 금리를 유지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트렌드가 잘 확인되면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0.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수출 호조에 따른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6%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 “지난 2월 전망과 비교해 볼 때, 글로벌 IT경기 호조와 미국경제의 강한 성장세 등 대외요인이 0.3%포인트 상향조정 요인으로 작용했고 내수 부진 완화 등 대내요인도 0.1%포인트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률 전망치가 올랐으니 당연히 물가 상승 압력도 커졌지만, 물가 정책을 통해 상쇄되는 부분 등을 고려할 때 기존 2.6%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며 “다만 소수점 한자리까지만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6% 그대로지만 소수점 둘째 자리에선 상당 부분 올랐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4분기 1회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며, 한국은행이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에 부담스러운 대외여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며 “금통위가 올해 1회, 내년 2회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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